30년만에 갑자기…여성목사 쫓아내는 美최대 개신교 종파 남침례교단

입력 2023-06-14 12:13 수정 2023-06-14 13:46

미국 캔터키주 루이빌의 펀크릭 침례교회를 30년간 이끌어온 린다 반스 팝햄 담임목사는 지난해 10월 이 교회가 소속된 남침례회연맹으로부터 편지 한장을 받았다. 내용은 여성 목사가 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하는 것은 교단의 방침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남침례회연맹은 영국 청교도가 북미대륙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17세기말 이후 미국 개신교 최대교단이 된 침례교를 대표하는 연합체다.

교단은 곧바로 팝햄 목사의 펀크릭 교회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최근 이 교회를 남침례회연맹에서 축출했다. 팝햄 목사는 곧바로 항의서한을 발송했다. “지난 30년동안 제 목회자로서의 사명과 자격에 대한 어떤 의심도 받은 적이 없으며, 교단 총회에 출석해 지역대표를 맡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목회자가 될 수 없다는 주장, 여성 목회자가 교회를 이끌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남침례회연맹은 팝햄 목사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총회를 통해 펀크릭 교회뿐 아니라 수개의 여성 담임목사 교회를 교단으로부터 축출했다.

축출된 교회 중에는 베스트셀러 신학서적 ‘목적이 이끄는 삶’을 쓴 릭 워렌 목사가 이끄는 캘리포니아주 새들백 교회도 포함됐다. 새들백 교회는 개신교 내 자유주의 흐름을 대표하는 교회로 낙태와 동성애 문제에 비교적 관대한 교회였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미국내 최대 교단인 침례교단이 각 주의 낙태와 동성애 반대 입법화에 동승해 우경화 움직임을 표면화하고 있다”면서 “이번 여성 담임목사 교회들의 연쇄 축출사태는 이런 움직임을 대변하는 행동”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남침례교연맹 내 극우 보수주의 세력이 다양한 온라인 매체들을 통해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이들은 기독교의 이념적 순수성을 개별 교회와 교인들에게 강요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평소 “여성목사를 침례교 내에서 허용하는 것이 결국 교회와 교인들을 동성애 허용과 성적 비도덕성 묵인에 감염되도록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신문에 따르면, 남침례회연맹은 최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에서 열린 총회에서 교칙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마이크 로 목사가 이론화한 개정안에는 ‘앞으로 더욱더 교회에서의 여성 목회자 역할을 제한해 갈 것이며, 여성에게는 담임목사는 물론 어떠한 목회직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삽입됐다.

교단은 또 ‘새로운 기초’라는 신학잡지를 펴내 미국 전역에 산재한 1800여개 여성 담임목사 교회 리스트를 교인들에게 공개하고 탄핵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이 잡지를 창간한 조슈아 애보토이 목사는 잡지를 통해 “하나님은 인간을 남성과 여성으로 창조했으며, 태초부터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서로 완전히 달랐다”고 주장하며 성 평등과 동성애 허용에 강력 반대해온 인물이다.

이처럼 침례교의 보수화가 가속되자, 새들백 교회 창립자인 워렌 목사는 공개 서한을 통해 “교단의 이번 결정은 하나님이 모든 인간에게 부여한 천부적 자유와 그 자유의사에 따른 결정에 완전히 반하는 것으로, 침례교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NYT는 “이번 여성 목회자 비토 사건은 미국 복음주의 개신교가 지속적으로 ‘문화전쟁’을 노골화하는 공화당의 정치적 주장에 넘어가고 있으며, 소수에 불과한 극우 강경 세력이 개신교 전체를 장악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