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쩍 말라 뼈 보이는 사자…‘학대 논란’ 동물원의 해명

입력 2023-06-14 08:08 수정 2023-06-14 09:59
김해 한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삐쩍 마른 사자. 김해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캡처

사자는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비쩍 마르고, 양은 덥수룩하게 뭉친 털에 싸여 있다. 경남의 유일한 민간동물원이 사육 동물들에 대한 부실 관리로 시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14일 경남 김해시청 등에 따르면 시 홈페이지 ‘김해시장에 바란다’에는 지난 6월부터 “고통받는 동물에게 자유를 달라” “방치된 동물에 무관심한 김해시” “동물 복지에 신경 써 달라” 등의 민원 글이 다수 게재됐다. 관련 민원은 수년 전부터 종종 올라왔다.

김해시 유하동에 있는 한 동물원이 사육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것이다. 글을 올린 시민들은 삐쩍 마른 사자, 털 깎기를 하지 않아 지저분하고 덥수룩한 양 등의 사진을 올리면서 동물 관리와 청소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좁고 낡은 열악한 시설도 지적됐다. 이들은 동물원 폐쇄까지 요구하고 있다.

김해 한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양. 털을 깎지 않아 다 뭉쳐 있다. 김해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캡처

김해 한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양. 털을 깎지 않아 다 뭉쳐 있다. 김해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캡처

한 시민은 2022년 10월 올린 민원 글에서 “동물이 감옥(실내 방사장)에 갇혀서 먹이에 집착하고 비쩍 말랐다. 캥거루는 근육이 다 빠져서 뛰지도 못하고 동물들 이에는 치석이 가득하다”며 “아이에게 동물을 보여주러 갔다가 교육적인 효과는 없이 연민과 안타까움만 생겼다.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경남에서 유일한 민간동물원인 이 동물원은 2013년 문을 열었다. 당시는 동물원·수족관의 허가와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동물원 및 수족관에 관한 법률’이 없을 때였다. 이 동물원은 실내외에서 사자, 호랑이, 원숭이 등 30여종 100여마리의 동물을 사육한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를 끌었으나 2020~2022년 코로나19로 입장객이 급감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김해 한 동물원의 좁은 방사장과 부실한 먹이. 김해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캡처

동물원 대표는 경영난으로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은 인정했다. 동물원 대표는 “코로나19로 방문객이 거의 60%나 감소했다”면서 “수입으로 동물원 운영이 어려워 10명이던 직원이 4명까지 줄었지만, 동물을 굶긴 적은 없다. 동물을 학대하는 악덕 업주가 아니다”라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그는 “야생 사자 수명은 15년에 미치지 못한다”며 “삐쩍 말랐다고 하는 사자는 2006년생으로 사람으로 치면 100살 정도 된다. 너무 늙어서 말라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물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시가 매달 수의사를 보내 이 동물원 동물 건강 상태를 점검했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한다. 김해시는 “이 동물원 시설이 지금의 동물복지 기준과는 맞지 않아 동물 건강을 주기적으로 점검 중”이라며 “동물원 대표에게는 시설 개선이나 폐쇄 등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