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의 아파트 놀이터에서 넘어진 벤치형 그네(흔들의자)에 깔려 사망한 12살 소년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13일 오전 10시20분쯤 경북 경산시 A초등학교에서는 이 학교 5학년생이었던 이모(12)군을 애도하기 위해 전교생이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같은 반 친구들은 담임 교사가 미리 준비한 국화꽃을 한 송이씩 그의 책상에 놓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같은 반 아이들은 여러 번 “잘 가”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친구들이 손수 준비한 편지에는 “내 친구여서 고마워” “하늘나라에서는 조심해서 재미있고 안전하게 놀길” “이제 못 봐서 많이 슬퍼” “친구들이 너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어, 거기에서도 잘 지내야 해”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담임교사도 “네가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허전하고 적응이 되지 않는다”며 추모했다. 교사는 이군에 대해 “단 한 번도 규칙을 어긴 적이 없었고, 늘 착하게 행동하는 아이였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이군의 어머니는 “같이 있던 친구들도 평생 트라우마가 생길 거 같아서 조사하지 말라고 했다. 어른들 잘못이다. (친구들도) 무서워서 놀이터에서 놀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은) 사회성이 좋아 반 회장도 하고, 동생도 잘 봐주고 착실한 아이였다. 알아서 다 잘한 아들이, 마냥 뛰어놀아야 할 아이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군은 지난 10일 경북 경산시 중산동 한 아파트 놀이터에 설치된 흔들의자가 부러지며 그 밑에 깔려 사망했다. 사고 당시 이군은 흔들의자를 타지 않고 친구들이 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 앞에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시공사 측의 부실 공사를 비판했다. 이군의 가족은 “처음에는 아이가 잘못한 줄 알았는데 CCTV를 보니 시공업체의 부실 공사 때문”이라며 “흔들의자 앞에 앉아 있었는데 그게 (부러지며) 넘어왔다는 거 자체가 문제”라고 성토했다.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안전사고 전담수사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아파트 놀이터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앞서 경찰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점검일지 등 관련 서류를 확보하고, 관리소장 등 아파트 관계자를 상대로 1차 조사를 마쳤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