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기밀문건 반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연방법원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법원으로 향하는 길에 SNS에 글을 올려 “마녀사냥”이라고 억울함을 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서 변호사를 통해 자신에 대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기소인부절차는 본격 재판에 앞서 자신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는지 여부를 묻는 절차다. 법정에는 이번 사건을 수사한 잭 스미스 특검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연방 차원에서 형사 기소된 건 사상 처음이다.
앞서 미국 연방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취득한 국가기밀 문건을 퇴임 후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자택으로 불법 반출해 보관한 것과 관련해, 국방 관련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혐의(31건) 등 모두 37건의 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지난 9일 기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방법원으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하기 전 자신을 촬영하는 방송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그는 연방법원에 출석하기 직전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오늘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슬픈 날 중 하나”라며 “우리나라는 쇠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몇몇 게시물에서도 “마녀사냥” “아메리카 퍼스트” “선거 방해” “조작된 선거” 등 자신에 대한 기소를 비난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또 “미친 잭 스미스(특별검사)는 바이든이 차이나타운에서 갖고 있던 수천쪽짜리 문서를 살펴볼 것인가”라며 “바이든이 비밀로 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1850상자는 어떤가. 힐러리(클린턴 전 국무장관)가 지우고 세탁한 3만3000개의 이메일은 어떤가. 우린 제4세계 국가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처럼 기밀문건을 백악관에서 반출한 바이든 대통령과 2016년 대선 때 개인 계정으로 정부 메일을 주고받은 클린턴 전 장관은 왜 기소하지 않느냐고 지적하며 자신에 대한 편파수사를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건 반출을 수사하기 위해 임명된 로버트 허 특검의 사진을 게시하면서 “이 사람을 본 이가 있느냐. 바이든 특검인 로버트 허가 사라진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에 관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 3월 형사기소된 바 있다. 당시는 연방검찰이 아닌 뉴욕 지방검찰이 기소한 것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법원에 출석한 이날은 그의 77번째 생일 하루 전날이기도 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