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한’ 근원물가와의 전쟁… 향후 금리정책 변수

입력 2023-06-14 06:00

좀처럼 잡히지 않는 근원물가에 한국은행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과 달리, 근원물가 상승률은 둔화가 더디기 때문이다. 앞으로 근원물가 향방에 한은의 금리 정책이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역전된 이후 지난달 더 벌어졌다. 근원물가란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물가를 말한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나타내기 때문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유심히 살피는 지표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한은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 “기조적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은 아직 더디게 둔화하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근원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것일까. 일단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큰 품목(식료품·에너지 가격)이 애초에 근원물가에서 제외된 탓이 크다. 최근 소비자물가 하락은 국제유가 하락에 주로 기인하는데, 아무래도 근원물가에는 석유류 품목이 제외되다 보니 둔화가 소비자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수요 측·공급 측 요인도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단 양호한 서비스 소비 흐름과 내수경기 회복이 수요 측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호한 고용 상황도 가계 소비 여력을 키워 마찬가지로 수요 측 압력에 힘을 보탠다.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에 따른 ‘2차 파급효과’도 근원물가 둔화세를 더디게 한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비롯해 유가·환율·임금·임대료 등 전방위적인 비용 상승 요인이 소비자 가격에 꾸준히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전기·가스요금 등의 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면서 앞으로 상당 기간 근원물가에 추가적인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하반기로 갈수록 근원물가 상승률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끈적한’ 근원물가와의 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5%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하면서도,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0%에서 3.3%로 끌어올렸다.

한은 금통위원들은 지난달 25일 금통위 회의에서 근원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높였다. 일부 위원은 통화 긴축 유지뿐 아니라 필요 시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은 “최근 근원물가 하락세가 더딘 상황에서 정책 기조에 비해 크게 완화된 금융 상황으로 인해 물가 흐름이 당초 전망 경로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물가 목표로의 수렴이 크게 지연될 것으로 판단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