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둘러싼 갈등, 미국 교회를 찢다

입력 2023-06-13 17:28 수정 2023-06-13 17:54
미국 워싱턴 D.C. 캐피털 힐에 위치한 연합감리교회(UMC) 건물 전경. UMC 홈페이지 캡처

동성애자 목사 안수와 동성결혼 허용 등으로 미국 교회가 찢어지고 있다. 동성애자·양성애자·트랜스젠더·퀴어를 통칭하는 이른바 ‘LGBTQ’ 이슈를 두고 교회 재산을 포기하면서까지 교단 탈퇴를 불사하는 모양새다. 현지 한인감리교회들도 탈퇴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연합감리교회(UMC) 매체인 연합감리교뉴스(UM News)에 따르면 동성애 이슈가 불거진 2019년부터 현재까지 총 5500여 교회가 교단을 탈퇴했다. 4년 전 당시 UMC 소속 교회가 총 3만543개인 점을 고려하면 회원교회 5곳 중 1곳 정도(18%)가 교단을 떠난 것이다. 연합감리교뉴스는 “교단 탈퇴 행렬은 올해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3만여 교회 620만 성도를 헤아리던 교세는 더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UMC에서 탈퇴한 교회들은 글로벌감리교회(GMC·Global Methodist Church)로 향하고 있다. GMC는 지난해 5월 감리교 내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는 교회들이 별도로 설립한 교단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FKUMC) 전경. FKUMC 홈페이지 캡처

현지 한인연합감리교회(KUMC)의 탈퇴 행렬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는 지난 4월 18일 교단 탈퇴 결정을 내렸다. 일리노이주 네이퍼빌한인연합감리교회(최기환 목사)도 지난 3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교단 탈퇴를 선언했다. 최 목사는 해당 영상에서 “UMC 탈퇴 후 GMC로 들어가려 하는데, 터무니없이 많은 탈퇴 금액이 책정됐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UMC 교단법상 교단을 탈퇴하려는 교회는 일정 금액을 교단에 지급해야 한다.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한인연합감리교회 건물 전경. 네이퍼빌한인연합감리교회 페이스북 캡처

한편 미국의 동성애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여론조사업체인 갤럽이 지난해 2월 미국인 1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LGBTQ로 분류하는 미국인이 2022년 7.2%로 10년 전인 2012년(3.5%)보다 2배 넘게 뛰었다.

젊은 세대일수록 상황은 심각하다. 침묵의 세대(1945 이전 출생) 1.7%, 베이비 붐 세대(1946~1964) 2.7%, X세대(1965~1980) 3.3%, 밀레니얼 세대(1981~1996) 11.2%에 이어 Z세대(1997~2004)는 19.7%가 스스로를 LGBTQ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