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시절 이뤄진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서 대규모 비리 혐의가 적발됐다.
특히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로 추진된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허가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거짓 유권해석’을 동원해 기업에 특혜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해당 공무원들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사업 비리에 연루된 13명을 직권남용과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아울러 비리에 동참한 민간업체 대표와 직원 등 25명도 수사 참고 사항으로 첨부해 보냈다.
감사원에 따르면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허가 과정에서 산자부 과장 2명이 모 태양광 개발기업(이하 A기업)을 위한 토지 용도 변경에 앞장섰다.
A기업은 2018∼2019년 안면도 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했는데, 개발하려는 부지의 3분의 1가량이 ‘목장용지’로 돼 있어 토지 용도 변경이 필요했다.
그런데 주민 반대로 충남 태안군에서 전용 허가가 나지 않자 중앙부처인 산자부에서 유권해석을 받아 해결하기로 했다.
A기업 관계자는 자신이 알던 당시 산자부 과장 B씨에게 다른 산자부 담당 과장 C씨를 소개받아 ‘태양광발전 시설의 경우 중앙부처가 용지 전용할 수 있는 시설인 것으로 판단해 달라’고 청탁했다.
B과장과 C과장은 행정고시 동기였다. C과장은 청탁을 받아들인다.
그는 2019년 1월 부하 사무관을 시켜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이 태양광발전 시설이 용지 전용이 가능한 중요 산업시설에 해당한다’는 틀린 내용의 유권해석을 만들어 태안군에 보냈다.
이에 따라 해당 부지는 목장용지에서 잡종지로 바뀌었고, 공시지가만 이전보다 100억원 뛰었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A기업은 또 허가가 지연될 때 내야 하는 지연이자 45억원을 내지 않게 됐고, 향후 원상복구에 드는 비용 7억8000만원도 아꼈다고 감사원은 분석했다.
이후 두 사람은 공직에서 물러나 기업 고위직으로 취직한다.
B과장은 A기업 대표이사를, C과장은 A기업 협력업체의 전무 자리를 꿰찼다.
B과장은 대표를 지내면서 태안군 공무원으로부터 이 사업의 종료 후 원상복구 조건을 면제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강임준 군산시장의 고교동문 업체 특혜 혐의도 적발했다.
전북 군산시가 2020년 10월 99㎿ 규모 태양광 사업의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당시, 강 시장의 고교 동문이 대표이사로 있는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강 시장이 D사가 연대보증 조건을 갖추려는 의지가 없는데도 이 문제를 해결해주라고 직원에게 지시하는 등 계약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연대보증은 이 사업의 자금조달을 담당한 금융사가 내건 조건이었다.
결국 금융사가 연대보증 없이는 계약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군산시는 최소 연 1.8% 포인트(p)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한 다른 금융사와 자금 약정을 다시 체결했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향후 15년간 군산시에 약 110억원의 이자 손해가 예상된다고 집계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허위 기술평가서를 제출해 대규모 국고보조금을 받은 업체 E사도 적발했다.
E사는 2020∼2021년 3차례에 걸쳐 산자부가 총괄하는 스마트계량기 보급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술평가 자격도 없는 업체에 기술감정 평가를 맡겨 보조금 500억원 상당을 부당하게 받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밖에 전북대 F교수는 개발업체 주주명부를 조작하고 사업 규모를 부풀려 지역 풍력사업을 추진 허가를 받아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F교수는 전북에 100㎿ 규모 풍력사업을 추진하겠다며 풍력 분야의 권위자가 자기 회사를 100% 소유한 것으로 주주명부를 조작하고 투자기관의 투자 계획을 마음대로 작성해 정부로부터 사업허가를 받았다.
이어 사실상 자기 가족 소유인 사업시행사(SPC)를 설립한 후, SPC가 F교수 회사의 발전사업을 넘겨받는 인가를 신청하면서 개발비와 자금 조달 계약을 부풀렸다.
F교수는 자본금 1억원으로 세운 이 SPC를 작년 6월 5000만 달러에 해외 업체에 팔아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다만 이 같은 계획이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알려지면서 해외 업체는 계약을 철회했다.
감사원은 또 한전 등 유관 기관 8곳에서 비위 추정 사례자 250여명을 확인해 검토 중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