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
일본에서 복음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일본 방송법에는 종교방송국의 설립이 허용되지 않아 일본극동방송(FEBC)은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제주극동방송(HLAZ) 전파를 이용해 매일 오후 9시 30분부터 오후 10시 45분까지 주파수 1566㎑로 송신해오고 있다.
북방선교 전문 방송으로 1973년 설립된 제주극동방송은 강한 출력과 지향성, 공간파 설비를 갖췄다. 250kw의 송출은 민간 방송 가운데 최대출력으로 한국어와 러시아어 방송을 할 때는 북향, 중국어 방송 때는 서향, 일본어 방송 때는 동향으로 집중해서 전파를 송출한다.
지난 9일 제주시 애월읍에서 열린 ‘제주극동방송 개국 50주년 기념 예배’에는 케이코 요시자키(81) 일본극동방송 전 지사장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케이코는 1970년 1월에 입사해 2015년 정년 은퇴 후 그리고 지금까지도 일본 열도에 복음을 전해오고 있다. 일본극동방송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그를 만났다.
케이코 전 지사장은 일본극동방송과 제주극동방송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지금의 제주극동방송은 옛 오키나와 극동방송의 기능을 대체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오키나와 극동방송은 미국령이던 시절인 1953년 미국인 데이비드 윌킨스 선교사에 의해 개국돼 일본어 방송을 송출했다. 이후 72년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며 오키나와 극동방송은 종교방송을 중지하고 일반 민영방송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윌킨슨 선교사는 제주도로 송신소를 옮기기로 결정하고 미국 밥존스고등학교 동창인 한국인 김장환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윌킨스 선교사가 방송국 설립 중 과로로 하나님 품에 안기게 됐고, 김장환 목사가 하나님께서 곳곳에 예비해둔 사람들의 도움의 받아 73년 제주극동방송의 개국을 이루게 됐다. 개국 후 일본극동방송은 제주의 송신소를 이용해 매일 90분씩 50년간 복음을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5대째 믿음의 대를 이어온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게이코 전 지사장은 “같은 건물 3층에 월드비전이, 4층에는 일본극동방송이 있었다. 당시 월드비전이 문을 닫게돼며 극동방송으로 스카우트 됐다. 그땐 하나님이 부르심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53년이나 일하게 될 줄은 몰랐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했다.
매일 오후 9시 30분~10시 45분까지 방송을 통해 유일하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90분’의 시간을 통해 묵상, 설교, 인터뷰, CCM, 찬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해 복음을 전해오고 있다. 이 일을 위해 14명의 직원들이 방송 사역에 힘쓰고 있다.
케이코 전 지사장은 방송을 통해 40년간 기독교 상담을 진행해 왔다. 일본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방송을 통해 집 밖으로 나오게 된 사연, “기독교는 절대 안된다”는 가족의 반대에 수십 년간 방송으로만 복음만 들어오다가 부모님이 소천하신 뒤 교회에 나가게 된 성도의 등 청취자들의 사연에 답장도 하고 소통하며 그들을 돌봐왔다. 특별한 간증을 갖고 있는 방송국 직원 나가쿠라 타카노리씨의 사연도 들려줬다.
“나가쿠라는 16살 때부터 ‘하나님은 절대 없다’고 말하는 안티 크리스천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진정한 안티가 되려면 기독교에 대해 제대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해 극동방송을 청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중학생 때 달리기를 잘해서 선수로 활동하며 좋은 기록을 갖고 있었는데, 고등학생이 된 뒤 기록도 안 나오고 성적도 못 거두고 좌절하던 어느 날 ‘혹시 예수님 정말 당신이 계신다면 도와주세요’라고 고백했고, 갑자기 그순간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 예수님이 정말 살아 계시고 나와 함께 한다는 것을 깨닫고 신앙을 갖게 됐습니다. 지금은 세레를 받고 일본 극동방송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제주극동방송의 50주년은 곧 일본 FEBC의 50주년이기도 하다. 케이코 전 지사장은 “초기 극동방송 설립 당시 한국에 머무르며 재정회계, 사무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왔던 터라 감회가 새롭다”면서 “유튜브나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기독교 콘텐츠를 보고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우리는 방송 선교로 일본에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50년 동안 일본FEBC를 이끌어오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일본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