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용된 이란 드론에 올해 초 중국에서 생산된 부품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란의 드론 제작을 막기 위한 서방 제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부품이 전쟁에 활용되기까지 불과 3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서방이 올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추락한 이란제 드론을 조사했을 때 올해 초 제조된 중국산 부품을 발견했다”며 “중국은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조사관들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군이 격추한 이란 드론에 지난 1월 중순 중국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전압 변환기가 탑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전 세계 무기 공급망을 추적하는 영국 ‘분쟁군비연구’ 연구원들이 드론에서 올해 만들어진 부품을 발견한 건 처음이다. 지난 1월 제작된 중국산 부품은 이란으로 배송된 후 드론에 설치됐고, 러시아로 보내져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됐다.
WSJ은 “이번 조사는 글로벌 공급망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부품이 이란으로 계속 유입됐다“며 “우크라이나 시민을 공포에 떨게 한 무기가 모스크바에 공급되는데 불과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얼마나 빨리 도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산 부품이 확인된 건 이란의 ‘샤헤드-136’ 자폭 드론이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9월 주거 지역을 공격하기 위해 샤헤드-136을 배치했다. 비행거리는 최대 2500㎞이지만 가격은 2만 달러 수준이어서 탄도·순항 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하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발전소나 도시, 군사 목표물 등을 공격하기 위해 700대 이상의 드론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국방정보국은 러시아가 지난 5월에만 우크라이나 전역에 300대가 넘는 샤헤드 드론을 발사했다고 언급했다. 백악관은 지난주 이란이 최근 카스피해를 통해 수백 대의 드론을 러시아로 보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위협을 상당 부분 무력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지만, 드론의 지속적인 사용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2023년산 중국 부품의 발견은 이란의 드론 공장으로 공급되는 부품 흐름을 막으려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직면한 도전”이라며 “이란으로의 부품 공급을 차단하기 위한 글로벌 제재는 미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상무부는 이날 안보상 우려 및 인권 침해 관련성을 이유로 중국 기업 31곳 등 모두 43개 기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중국항공산업(AVIC) 등 다수 항공 관련 업체는 서방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장비를 사용해 중국군에 훈련을 제공한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극초음속 무기 개발, 공대공 미사일 설계 및 제조 등 우려 활동과 관련한 AVIC 612 연구소 등도 제대 명단에 포함됐다. 상무부는 신장 위구르 인권 침해와 관련한 소프트웨어나 생체인식 기술 등을 제공한 중국 업체 등도 제재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