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20년형에 피해자 “죽으란 얘기…힘들다”

입력 2023-06-13 00:02 수정 2023-06-13 00:02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12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다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는 12일 항소심에서 검찰 구형보다 적은 징역 20년형이 가해자에게 선고되자 “(저보고) 죽으라는 얘기와 똑같다”며 오열했다.

가해자 출소 이후 보복 가능성을 언급하며 두려움을 호소한 것이다.

피해자는 12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너무 예견된 결과라 조금 힘들다. 그냥 살지 말 걸 그랬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출소하면 그 사람 50인데, 저랑 나이 네 살 밖에 차이 안 나는데, 저렇게 대놓고 보복하겠다는 사람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도 안 지켜주면 저는 어떻게 살라는 건지. 왜 죄 한 번도 안 저지른 사람한테 이렇게 힘든 일을 만들게 하는 건지”라며 “나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라고 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12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을 마치고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고법 형사 2-1부(재판장 최환)는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0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상 공개,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하지만 A씨의 신상은 즉각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12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법상 피고인이 신상 공개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경우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

A씨는 이미 수사 단계의 ‘피의자’가 아닌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신분이기 때문에 ‘피의자 신상 공개’ 제도에 적용받지 않는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경호업체 직원 출신 30대 남성이 부산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성폭행을 시도한 일을 말한다.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쯤 귀가하던 피해자를 10여분간 쫓아가 부산진구 부전동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강간하려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12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차별 폭행한 혐의(살인미수)만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사건 당시 피해자가 입었던 청바지 안쪽에서 A씨 유전자(DNA)가 검출되는 등 추가 증거가 드러나면서 혐의가 강간살인미수로 변경됐다.

검찰은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A씨에게 징역 35년, 위치추적장치 부착, 보호관찰명령 20년을 구형했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변호인이 12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을 마치고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 변호인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서 그런 부분(강간 혐의)들을 범행의 일부로 인정이 된 것에 대해서는 고무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지만 감형 사유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은 또 “이 사건 자체가 성폭력 범죄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명령하는 신상 공개 정보 명령은 당연하다”며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피고인 단계가 아닌 피의자 단계에서 신상을 공개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근본적으로는 현행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미비하다고 본다”며 “얼마만큼 범행이 잔인해야 하는지, 피해가 중대한지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고 수사기관의 판단과 언론의 조명 정도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을 방청하려는 시민들이 12일 부산고등법원 재판정 앞에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현행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중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피의자’라는 표현이 모호하기 때문에 주로 살인사건이나 언론에 조명을 받는 사건 위주로 피의자 신상이 공개돼 왔는데, 변호인은 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변호인은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이러한 의견을 국회 법사위에 제출하고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률은 위헌이기 때문에 헌법 소원 심판 청구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A씨(왼쪽사진)와 A씨가 귀가하던 피해자를 돌려차는 모습.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영상, JTBC '사건반장' 캡처

이날 법정 앞에는 자신이 A씨와 구치소에 함께 있었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구치소 동기’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A씨와 구치소에 함께 있을 당시 피해자를 죽여버리겠다, 더 때리겠다는 말을 약 2주 동안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얘기했다”면서 “A씨를 석 달 만에 봤는데 살은 더 쪘고 더 건강해진 것 같아서 많이 화가 난다”고 했다.

이어 A씨의 신상공개를 촉구하며 “구형이 35년 나왔는데 왜 20년밖에 선고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재범을 예고하고 언제든지 자기가 탈옥할 기회가 있다면 하겠다고 말하는 저런 사람은 더 엄벌에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