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12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겨냥해 “대사라는 자리는 본국과 주재국을 잇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가교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비엔나 협약 41조는, 외교관은 주재국의 법령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또 같은 조항에서 외교관은 주재국 내정에 개입해선 안 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외교부에서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고,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도 입장을 냈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특별히 추가할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한국은)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는 것 같은데,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며 “앞으로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위협해 내정간섭 논란이 일었다.
이후, 우리 외교부는 곧바로 싱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중국 외교부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하는 ‘맞대응’을 하며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진행된 정치·외교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싱 대사를 우리 외교부가 불러서 경고조치를 했는데, 이걸로 끝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에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싱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덕수 총리는 즉답을 피하며 “하여튼 무엇보다도 주중대사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싱 대사가 국내 기업으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싱 대사는 지난달 16일 국내 A기업이 울릉도에서 운영 중인 최고급 숙박시설에 아내와 함께 무료로 숙박했다. 이 시설의 숙박가격은 1박에 최소 1000만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A기업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싱 대사가 해당 날짜에 숙박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 때 중국인 사상자들이 발생했을 때, 우리 계열사에서 중국인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무상으로 차량을 지원했다”면서 “이에 대해 주한 중국대사관 측이 감사를 표시해, 그 답례 차원에서 숙박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숙박을 제공한 것은 중국과의 비즈니스나 이해관계 이런 차원이 아니다”라며 “중국대사관 측이 숙박을 먼저 요청한 것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A기업은 중국에 진출해 유통·제조업 등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선 싱 대사가 국내 다른 기업으로부터 골프 접대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싱 대사가 지난해 12월 장청강 주광주 중국 총영사에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문제가 많다”며 시진핑 주석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불만을 드러낸 적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대사관 측은 싱 대사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김영선 정우진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