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건설이라면, 2세대는 ICT… 한국 빅테크, 중동 개척 ‘물살’

입력 2023-06-12 16:40 수정 2023-06-12 17:42
12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를 방문해 네이버의 첨단 기술 테크 컨버전스 사례를 체험 중인 셰이크 사우드 술탄 빈 모하메드 알 카시미 왕자 등 샤르자 왕실 고위대표단 일행. 네이버 제공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제2의 중돔 붐’을 일으키고 있다. 1세대 중동 바람이 건설이었다면, 2세대는 디지털이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로 접촉면을 넓히는 중이다. 디지털 혁신을 꾀하는 이들 국가는 한국 빅테크의 기술력에 주목한다.

네이버는 UAE를 구성하는 토후국 중 하나인 샤르자의 셰이크 사우드 술탄 빈 모하메드 알 카시미 왕자 등 왕실 고위대표단이 12일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네이버 1784’를 찾았다고 밝혔다.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혁신과 관련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는 샤르자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셰이크 사우드 왕자는 샤르자디지털청장을 맡고 있다.

특히 셰이크 사우드 왕자는 네이버의 초대규모 인공지능(AI)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네이버와 생성형 AI 관련한 포괄적 대담을 이어갔다고 한다. 샤르자는 세계 최초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메타버스 도시인 ‘샤르자버스(Sharjahverse)’도 운영 중이다. 네이버는 올해 여름 ‘하이퍼클로바X’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네이버, 네이버랩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3월에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투자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사업에 협력하는 게 뼈대다. 네이버의 AI·로봇 기반 디지털트윈 기술을 사우디아라비아 도시 단위의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초대규모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에서 구축할 ‘슈퍼 앱(가칭)’ 개발에도 참여한다. 네이버는 미래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 수주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왜 중동 국가들은 한국의 빅테크에 눈길을 주는 걸까. 이들은 한국이 미국 중국 등의 강대국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자국 검색엔진 개발에 성공한 나라라는 점에 주목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1세대의 ‘중동 붐’이 건설 분야였다면, 2세대는 정보통신기술(ICT)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카카오도 지난달 23일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과 모바일 인프라 구축 협력을 논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관광 산업에 있어 ‘심리스 트래블(끊김없이 매끄러운 여행)’에 집중하고 있다.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관광 환경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카카오는 관광청 관계자들에게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현황을 비롯해 플랫폼 분야 사업을 소개했다. 카카오페이를 통한 결제 시스템 구축, 차량호출 및 관제 시스템 인프라 고도화, 카카오톡을 활용한 현지 맞춤형 정보 공유 등을 제안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다양한 지식재산권(IP) 사업과 연계해 양국 간 문화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다뤘다.

한편 정부도 디지털 분야의 해외 진출 지원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일 ICT 수출 품목이 반도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SW)·AI·메타버스 등으로 확대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10월 민관 합동 디지털 수출개척단을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에 파견할 계획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