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타려 전신마비 연기까지…억대 보험금 받은 일가족

입력 2023-06-12 16:16
전신마비가 발생한 것처럼 연기하던 20대 A씨가 쓰레기를 버리러 집 밖으로 나오고 있는 모습. 대전동부경찰서 제공

수술 후유증때문에 전신마비가 발생한 것처럼 연기하며 억대의 보험료를 받아 챙긴 일가족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20대 A씨와 그의 아버지, 누나 등 3명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 가족은 A씨가 전신마비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속여 보험금 1억8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가족의 사기극은 A씨가 2016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대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이후 시작됐다. 수술 이후 오른팔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낀 A씨는 해당 병원으로부터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진단을 받고 3억2000여만원의 합의금을 받았다.

합의금을 생활비 등으로 소진한 이들 가족은 보험금으로 눈을 돌렸다. 후유장애 진단서가 있으면 보다 쉽게 보험금을 타낼 수 있어서였다.

A씨는 양쪽 팔과 다리 모두가 마비돼 걸을 수조차 없다며 전신이 마비된 것처럼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마비된 것이 사실이 아니었기에 증상을 들여다 본 병원조차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한 전신마비로 진단받으며 후유장애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이들 가족은 보험사조차 속이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보험금 청구 이후 보험사가 조사를 위해 집에 수차례 방문할 때마다 A씨는 꼼짝 않고 누워있었다. 누나는 24시간 병간호가 필요하다며 그의 곁을 지켰다.

이같은 수법으로 이들 가족은 보험사 2곳에서 1억8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또 다른 보험사 3곳에는 12억90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족의 범행은 A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가 경찰에 진정서를 접수하며 덜미를 잡혔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수개월간 A씨 가족의 병원 내원 기록과 CCTV 영상 등을 분석했다. 경찰은 A씨가 정상적으로 걷는 모습뿐 아니라 집 건물 계단을 뛰는 모습 등을 확보했다.

A씨 가족은 처음에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경찰이 확보한 증거를 확인한 뒤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대전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보험사기 범죄는 공·민영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고 선량한 다수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성 사기범죄”라며 “이달 말까지 집중 단속을 통해 선량한 가입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