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미운오리 아닌 ‘백조’… 김은중호 U-20 월드컵 4위 마감, 韓축구 희망으로 우뚝

입력 2023-06-12 15:53
한국 20세 이하(U-20) 남자축구 대표팀이 1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3·4위전 이스라엘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1-1을 만든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20세 이하(U-20) 남자축구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4위로 마감했다. 마지막 두 경기에 아쉽게 패했지만, 무관심과 ‘골짜기 세대’라는 오명을 씻고 4강 신화를 이룩하며 미운 오리가 아닌 백조임을 증명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이 1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FIFA U-20 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 이스라엘에 1대 3으로 패했다. 전반 19분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5분 뒤 배준호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주장 이승원(강원)의 성공시키며 1-1 동점을 만들었으나, 후반 31분과 40분 연속골을 내주며 아쉽게 졌다.

대회를 앞두고 김은중호를 향한 시선은 냉담했다. 이강인(마요르카) 같은 스타플레이어는커녕, K리그에서 확실히 자리 잡은 선수도 없었다. 다른 세대처럼 우뚝 솟은 봉우리가 아니라, 그사이에 끼어 보이지 않는 ‘골짜기 세대’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으로 불렸다.

이현주(바이에른 뮌헨), U-20 아시안컵 팀 내 최다득점자 성진영(고려대)이 부상으로 낙마했고, 대회 중 박승호(인천)도 발목 골절로 이탈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제경험 부족, 갑작스러운 개최지 변경 등 악재도 잇따랐다. 4년 전 한국이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거뒀음에도 이번 대회 1차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였다.

하지만 이 골짜기에서 거대한 돌풍이 휘몰아쳤다. 첫 경기부터 우승 후보 프랑스를 2대 1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더니, 온두라스(2대 2) 감비아(0대 0)와 비겨 무패로 16강에 진출했다. 이후 16강 에콰도르(3대 2), 8강 나이지리아(1대 0) 등 강호를 잇달아 꺾으며 2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철저한 실리축구로 강호들을 연이어 격파했다. 볼점유율, 슈팅 수의 열세 속에서도 탄탄한 수비조직력으로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하며 역습에 나섰다. 특히 이번 대회 10골 중 6골(페널티킥 2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올 만큼 철저한 세트피스 준비를 했다.

따스한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4강 진출에 성공한 뒤 선수들을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혔던 김 감독은 선수들과 원활한 소통으로 시너지를 올렸다. 그는 대회를 마친 뒤에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슈가 없어(주목받지 못해)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 있었지만 선수들은 힘든 걸 참아냈다”며 “월드컵에서 본인들의 가치를 증명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 20세 이하(U-20) 남자축구 대표팀 주장 이승원이 1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시상식에서 브론즈볼(3위상)을 수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말처럼 선수들은 자신을 증명했다. 주장 이승원은 이번 대회 3골 4도움을 기록하며 브론즈볼(3번째 우수 선수)을 수상했다. 공격 포인트 7개는 FIFA 주관 남자 대회 사상 한국 선수 최다 기록으로, 4년 전 이강인(2골 4도움)의 포인트를 뛰어넘었다. 이승원은 “동료들과 다 같이 이룬 업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표로 받은 만큼 동료들에게 축하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준호(대전)는 이탈리아전에서 화려한 개인기로 적장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장신공격수 이영준은 프랑스·에콰도르전에서 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U-20 대표팀은 오는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한편 이어진 결승전에서는 우루과이가 이탈리아를 1대 0으로 꺾고 첫 U-20 월드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탈리아의 체사레 카사데이는 7골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