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전물 한국 공개 연기에…野 “김건희-넷플릭스 만나더니”

입력 2023-06-12 15:12 수정 2023-06-12 15:55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더 데이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다룬 일본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1일부터 세계 각국에 공개됐지만 우리나라는 공개 국가에서 제외됐다. 야권은 방영을 막은 배후에 윤석열 정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넷플릭스 측은 새로운 심의 제도 도입을 놓고 혼선이 빚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9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넷플릭스에서 ‘더 데이스’라는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고를 했다”며 “76개국 정도 되는 나라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상위 10위 정도에 올라간 ‘더 데이스’는 도쿄전력의 폭발과 그 과정을 담은 드라마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넷플릭스에서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가 넷플릭스 관계자들을 만났던 그날이 기억이 난다”며 김 여사의 압박이 존재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4월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영빈관 접견장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김 여사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OO)와 접견했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넷플릭스 투자를 통해 잠재력이 큰 한국의 신인 배우와 신인 감독, 신인 작가가 더욱 많이 발굴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안귀령 상근부대변인도 “넷플릭스의 ‘더 데이스’ 한국 비공개는 매우 수상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방해가 될까 두려운가’라며 의문을 표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무엇이 두려워 한국 공개를 취소했느냐”며 “혹시라도 대한민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라면 적극 홍보하던 드라마를 왜 갑자기 비공개로 돌리고 검색조차 막아놓은 것인지 답하기 바란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데이스’(The Days)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7일간의 긴박했던 상황을 담은 8부작 드라마로 일본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다. 넷플릭스 코리아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이 드라마 예고편을 소개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더 데이스’ 예고 화면 캡처

더 데이스를 현재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이유는 넷플릭스가 이달부터 시행되는 OTT 자체등급분류제 적용을 두고 정부 측과 다른 해석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 측은 더 데이즈 공개 연기가 이번 정치적 논란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OTT 7개 업체가 자체 등급 분류사업자로 지정되기 전인 올해 5월까지는 국내 OTT 영상물은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영등위)로부터 등급을 사전에 심의받아야만 서비스할 수 있었다. 사전 심의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 6월 1일 공개 예정이라면 이전에 심의 신청을 해야 일정에 맞춰 공개가 가능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12일 “자체 등급 분류제도 시행을 앞둔 과도기적 시점에 새로운 규정에 맞출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자체 등급 심의 시스템이 정리되면 공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OTT 업계에선 일본 콘텐츠에 대해 유독 엄격한 심의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정부 측은 OTT 자체등급분류제 시행 이후에도 일본 비디오물에 대해서는 영등위의 심의를 받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드라마 방영이 지연되는 것은 김대중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정책을 도입하면서도 일본의 콘텐츠는 영화나 TV방송으로 방영된 후에만 유통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라며 “가짜뉴스로 국민을 현혹한 서영교 의원은 즉각 국민과 김 여사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