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사고 직후 식당 들어가 소주 마신 40대 징역형, 왜?

입력 2023-06-12 11:22 수정 2023-06-12 12:52

차량 충돌 사고가 나자 근처 식당에 들어가 술을 마신 40대가 재판에서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했으나,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려 의도적으로 술을 마셨다고 판단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49)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6일 오전 7시27분쯤 원주시의 한 편도 2차선 도로 비보호 좌회전 구간에서 좌회전 중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맞은편에서 직진하던 B씨(64·여)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A씨는 그런데 이 사고 직후 경찰관과 보험사가 출동하기도 전인 오전 7시40분쯤 근처 식당에서 소주를 마셨다.

이후 사고 1시간여 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더니 0.112%가 나와 A씨는 음주운전 혐의도 받게 됐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0.08% 미만은 면허정지, 0.08% 이상은 면허취소 기준에 해당한다.

A씨는 재판에서 “공황장애 때문에 사고 후 소주를 마셨을 뿐(후행 음주)이고, 일률적인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계산한 수치만 가지고 음주운전 여부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음주운전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후행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 증가분’이 가장 높게 계산되도록 체내흡수율과 위드마크 상수 등의 수치를 적용했다. 또 A씨가 실제 마신 소주의 알코올 도수도 A씨 주장대로 16.9도로 실제(16.5도)보다 높여 적용하는 등 A씨에게 유리하도록 계산했다.

그 결과 후행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는 최대 0.0668%인 것으로 나왔다. 사고 후 측정한 음주수치 0.112%에서 이 후행 수치를 빼면 0.0452%가 나오는데, 재판부는 이를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로 판단했다. 이는 음주 단속 기준(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을 넘어선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식당 CCTV에 촬영된 피고인의 모습을 보면 사고 수습보다 음주가 더 시급할 만큼 공황장애가 심각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음주운전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고 후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스스로 음주운전 상태임을 인식하지 않았다면 굳이 음주운전의 의심을 살 수 있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과거 두 차례의 음주운전 약식명령과 범행 후 죄질 불량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