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는 많은 봉우리가 펼쳐져 있고, 20여개의 능선 사이로 계곡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 칠선계곡·뱀사골계곡과 함께 지리산 3대 계곡으로 꼽히는 곳이 한신계곡이다. 깊고 넓은 계곡 또는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게 하는 계곡이라는 뜻이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에 여러 개의 폭포를 이루면서 10㎞ 이어진다.
계곡이 깊은 데다 숲이 울창해 여름철 트레킹에 좋다. 가내소폭포나 오층폭포까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가내소폭포는 한 승려가 자신의 도력을 시험하려고 계곡 양쪽에 묶은 실 위를 건너던 중 지리산 여인의 방해로 떨어져 실패한 뒤 자신의 수행이 모자람을 깨닫고는 포기하고 가면서 ‘나는 가네’라 한데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폭포는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중간에서 살짝 속도를 줄였다가 2단으로 떨어진다. 좁은 바위 사이로 힘차게 떨어지면서 사자가 포효하는 듯 우렁찬 소리를 쏟아낸다. 쏟아진 폭포수는 함지박 같은 검푸른 소(沼)에 몸을 맡긴다. 소는 나뭇잎 사이로 내리꽂힌 빚이 영롱한 에메랄드빛으로 반사된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