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계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의 재단을 물려받은 아들 알렉스 소로스(37)가 투표권과 낙태권 등 진보적 이슈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지하기 위한 자금 지원 의사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알렉스가 자사와 인터뷰에서 “나는 아버지와 자유주의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고, 동시에 몇 가지 다른 대의도 포용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투표권과 낙태권, 성 평등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자신이 아버지보다 더 정치적이고 설명하기도 했다. WSJ은 알렉스가 가족의 막대한 자금을 좌파 성향 정치인을 후원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소로스는 자산 규모 250억 달러(약 32조 원) 규모의 자선사업 단체인 오픈소사이어티재단(OSF)의 운영권을 아들인 알렉스에게 넘겼다. 알렉스는 지난해 12월 OSF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정식 선출됐다.
알렉스는 부친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인사들과 자주 접촉해 왔다. 폭스뉴스는 “알렉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2021년 이후 최소 17번 백악관을 방문했다”며 애니타 던 백악관 선임고문,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고위 인사들을 만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알렉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을 우려하며 2024년 대선에서 중요한 재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서 돈을 빼고 싶지만, 상대방이 정치에 관여하는 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막기 위한 후원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알렉스는 소로스가 선거 자금 후원을 위해 설립한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도 함께 맡고 있다. 현재 슈퍼팩에는 1억2500만 달러가 배정돼 있다.
OSF는 소로스가 1984년 설립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단체와 대학, 교육 단체 등에 매해 약 15억 달러(약 2조 원)를 기부해 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가 세운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민간 자선단체다.
소로스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1350만 달러(약 175억 원)를 후원했다. 소로스는 2008년에도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을 후원하는 등 민주당의 큰 손으로 불렸다. 2004년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 것이 자기 삶의 초점이라고 말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소로스는 지난해 사들였던 테슬라 지분 전량을 올해 매도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론 머스크는 “소로스는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악역) 매그니토를 떠올리게 한다”며 “그는 선의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를 싫어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