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추락 사고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40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4남매에게 함께 사고를 당한 엄마가 “살아 나가라”는 유언을 남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13세 맏누이는 어머니의 유언을 받들어 9세, 4세, 생후 11개월의 세 동생이 구조될 때까지 무사히 버티며 보살폈다.
아이들의 아버지인 마누엘 라노케는 11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들과의 기자회견에서 “아직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면서도 큰딸 레슬리 무쿠투이와의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아버지가 전한 큰딸의 말에 따르면 어머니는 “동생과 함께 살아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큰딸에게 유언을 남긴 셈이다.
아이들과 함께 비행기를 탔던 어머니는 추락 이후 크게 다쳤지만 나흘 정도 살아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지난달 1일 군 당국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의 유언을 들은 큰딸은 강인한 생존력으로 동생들을 보살폈다. 비행기 잔해를 뒤져 먹거리를 찾아 동생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아이들의 삼촌인 피덴시오 발렌시아는 병원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아이들이 잔해에서 파리냐(카사바 가루의 현지 이름)를 꺼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파리냐가 떨어진 뒤에는 과일이나 씨앗을 먹으며 버텼다”고 설명했다. 카사바는 남미와 아프리카 등에서 주로 재배되는 식물로 타피오카 전분의 원료로 사용된다.
발견 당시 탈수 증세와 벌레 물림, 영양실조 증상 등을 보인 4남매는 현재 수도 보고타 군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4남매가 건강하게 치료를 마치면 보다 자세한 생존기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는 “아이들 상태가 좋아지면 직접 (국민께)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저는 어떤 것도 덧붙이거나 과장하거나 지어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