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수호천사’ 류진 회장,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 또 만나다

입력 2023-06-12 06:43 수정 2023-06-12 09:58
지난 11일 경남 에이원CC에서 열린 KPGA선수권대회 마지막날 시상식차 현장에 들른 풍산그룹 류진회장이 클럽하우스 로비에 있는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의 흉상에 머리 숙여 예를 표하고 있다.

제66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가 열린 경남 양산시 에이원CC 클럽 하우스 로비에는 2019년 타계한 ‘샐러리맨의 신화’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흉상이 있다.

이 골프장이 (주)대우레져에서 상호를 변경한 (주)아도니스가 소유한 3개 골프장(포천 아도니스, 거제 드비치)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주)아도니스는 김 전 회장의 미망인인 정희자 여사가 경영하는 회사다.

지난 11일 KPGA 선수권대회 마지막날. 한 초로의 신사가 김 전 회장의 흉상 앞에서 머리를 숙여 고인에 대한 예를 표하고 있었다. 한참을 고개 숙인 뒷 모습에서 고인에 대한 존경심이 얼마나 큰 지는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초로의 신사는 이날 시상식 참석차 골프장을 찾은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었다. 류 회장은 한국 남자 골프 발전을 위해 앞장 서고 있는 대표적 기업인 중 한 명이다. 류 회장은 에이원CC 방문 때마다 헌화한 뒤 예를 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PGA 선수권대회는 남여 통틀어 우리나라 프로 골프 대회 1호다. 그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권위있는 대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회가 제대로 평가 받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류 회장과 에이원CC가 의기투합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부터다. 류 회장은 올해 대회 12억5000만원 등 KPGA 코리안투어에 지금껏 100억원 이상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기에는 KPGA 선수권대회 외에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일반 대회 상금 지원도 다수 포함됐다. 류 회장의 지원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무런 대가도 없다. 오로지 KPGA 발전을 위해서다.

에이원CC는 2016년에 KPGA 선수권대회를 처음 개최하면서 KPGA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가 2018년에 대회장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2027년까지 향후 10년간 KPGA 선수권대회를 무상으로 개최해 주기로 했다.

그러기까지는 김 전 회장의 미망인인 정희자 여사의 통큰 결정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에이원CC는 단순히 코스 무상 대여에서 끝나지 않고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매년 자체 예산을 투입, 별도의 지원도 하고 있다.

건강상 이유로 거동이 다소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날 시상식에 정 여사가 직접 참석한 것은 에이원CC가 KPGA 선수권대회에 쏟는 애정이 얼마나 큰 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끝난 KPGA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최승빈을 축하해 주고 있는 류진회장. KPGA

대회 시상식에 참석한 인사들 중에서 김 전 회장의 흉상에 예를 표한 것은 류 회장이 유일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쩌면 마치 자신의 일인양 남자 골프 발전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어준 에이원CC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을 지도 모른다.

류 회장은 2015년에 미국과 세계연합팀간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이 아시아 최초로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에서 열리게 한 산파역을 맡은 인물이다. 그는 미국 정재계는 물론 PGA 투어에도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한 때 KLPGA 투어에서 류 회장을 협회장으로 모시려고 했을 때 “골프 단체장을 맡을 생각이 없지만 굳이 한다면 KPGA 회장 외에는 생각이 없다”라고 고사했다고 한다. 오매불망 ‘내사랑 남자골프’인 것이다.

류 회장과 에이원CC의 국내 남자골프 발전을 위한 ‘콜라보레이션’이 빛을 보고 있는 징후는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PGA 투어에서 우리 남자 선수들이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그 대표적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양산=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