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울산현대축구단 소속 선수들이 SNS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내외 축구팬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선수들은 인스타그램에서 피부색이 까만 선수를 향해 놀리듯 태국 선수의 실명을 언급하거나 ‘동남아시아 쿼터’를 언급했다. 이를 두고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태국 축구팬들의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11일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울산현대 소속 A선수의 인스타그램 댓글이 캡처돼 올라왔다. A선수가 자신의 사진을 올리자 같은 구단 소속 B선수가 “동남아시아 쿼터 든든하다”고 댓글을 남겼다. A선수의 까만 피부색을 두고 동남아 선수라고 놀리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이에 A선수는 “아…그건 아니지”라고 답글을 남겼다.
이 게시글에는 태국 국가대표 출신의 C선수 이름도 여러 번 등장했다. 피부색이 까만 A선수의 외모를 겨냥해 태국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놀린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구단 소속 D선수가 먼저 태국 국가대표 출신 C선수 이름을 언급했고, 구단에서 통역을 맡고 있는 E매니저도 태국 선수의 이름과 함께 ‘슈퍼태킁’이라고 적었다. 이는 ‘슈퍼 태클’의 오탈자로 보인다. A선수는 최근 경기에서 인상적인 태클 장면을 보여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울산현대 선수와 매니저들이 주고받은 인스타그램 댓글을 두고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는 “엄연한 인종차별이다” “당사자가 들으면 기분 나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차별의 대상이 된 A선수와 태국 선수 이름을 거론한 D선수는 이달 A매치에 나설 국가대표 23명의 명단에 최근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국가대표가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태국 국가대표 출신인 C선수는 국내 다른 구단에서 4개월 정도 뛴 이력이 있다. 울산현대 선수들과 함께 뛴 적이 없는데 갑작스럽게 SNS에서 이름이 거론되며 ‘놀림감’이 된 것이다.
이에 태국 네티즌들도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태국어로 “우리는 당신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취지의 문구로 자주 쓰이는 “NO ROOM FOR RACISM” “SAY NO TO RACISM” 등의 영어 문구도 댓글로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뒤 해당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인종차별 발언으로 문제가 된 일부 계정은 비공개 상태로 전환됐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