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건 불법 반출 혐의로 기소된 이후 호감도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력 경쟁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와의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CBS 방송은 여론조사업체 유거브와 진행한 조사에서 ‘오늘 공화당 경선이 시행되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61%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23% 지지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가 38%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는 각각 58%, 22% 지지를 받았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7~10일 성인 24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발표 후 이 중 1798명을 재조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된 이후 지지층 결집을 더 이뤄낸 셈이다.
이번 기소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견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그의 지지층이라고 답한 응답자 40%는 “더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고, 56%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지 철회 응답은 4%에 불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서 불법반출 혐의로 유죄를 받을 경우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응답은 찬성과 반대가 각각 43%, 57%로 갈렸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응답자 79%는 유죄 판결이 대통령직 수행에 문제가 안 된다고 여겼다.
공화당 지지자 76%는 이번 기소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을 묻는 말에 ‘정치적 동기에 따른 기소’라고 밝혔다. 기밀 유출에 따른 국가 안보 위험을 꼽은 응답자는 12%였다.
미국 ABC 방송이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31%로 지난 4월 조사 때보다 6%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호감도는 같은 기간 61%에서 56%로 5% 포인트 줄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 호감도는 31%로 직전 조사 때보다 3% 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응답자 61%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건 반출 혐의에 대해 ‘심각한 일’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 91%는 심각한 일이라고 답했지만, 공화당 지지자는 그 수치가 38%에 그쳤다.
이번 기소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47%가 그렇다고 답했고, 37%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건 반출 혐의로 기소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48%가 그렇다고 답했고, 35%는 기소돼선 안 된다고 답했다. ABC 방송은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층들이 각각 서로 다른 응답을 해 이 같은 수치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성관계 입막음 혐의로 기소된 이후에도 지지율 급등세를 기록했고, 모금액도 크게 늘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이상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나도 (기소를) 좀 즐기고 있다”며 “여론조사는 급증했고 소액 기부도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법원 출두를 앞두고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잠재적 위협을 식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즈와 같은 여러 그룹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플로리다로 가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화요일 마이애미에서 만나자”며 지지층 집결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CNN은 다만 구체적 위협 징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