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물가안정에 기여한 유공자 수백명에 대한 포상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1%를 기록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7.5%)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올 들어 물가 상승률이 소폭 하락했지만 정부가 때이른 자화자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12일 기획재정부의 ‘2022년 물가안정 유공 포상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정책에 적극 협력한 공로가 있다고 인정되는 민간인과 단체 및 공무원, 유관기관 임직원을 포상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유례없는 고물가 상황에서 2021년과 지난해에 걸쳐 정부의 물가안정 시책에 적극 협조한 개인 또는 단체’를 추천 대상자로 명시했다.
국민 체감도가 높은 품목의 생산량을 늘리거나 대규모 할인행사를 시행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 원가 상승 요인에도 가격을 동결하고, 지방 공공요금 인상시기 조정을 통해 지역물가 안정에 기여한 사람이나 단체도 포상 후보군이다.
정부포상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기재부는 행정안전부와의 협의를 거쳐 대상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은 100명에게 수여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지난 9일까지 추천 접수를 완료했다. 오는 10~11월쯤 표창 대상자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매년 전년도 물가 안정 유공자를 선정해왔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건너뛰었다. 지난해 7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해 정점을 찍는 등 물가 상황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의 경우 지난 4월부터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해 포상 절차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 수십년전부터 관련 제도를 운영해왔고, 물가 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황이 양호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전체 물가는 하락세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아서다. 지난 5월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23.2%나 급등했다. 지난달 외식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6.9% 상승했다. 공동주택관리비(5.6%)나 호텔숙박료(10.8%), 휴양시설이용료(6.9%) 등도 전체 물가상승률을 상회했다.
지난달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3% 올랐다. 2022년 5월 이후 1년간 4~5%대를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률은 3.9%를 기록했다.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여전히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가 너무 빠르게 팡파레를 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올해부터 편의점과 온라인 플랫폼, 생활밀착형 제품·서비스 가격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정부 지원을 받아 매월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장 생활필수품 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명절에는 제사용품 가격에 대한 특별 조사도 실시 중이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 등의 트렌드를 반영해 조사 분야를 늘리기로 한 것이다. 기재부는 올해 센터의 물가 조사 활동을 돕기 위해 7억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물가감시센터는 지난달부터 지방 대중교통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상·하수도 요금, 쓰레기 봉투 요금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또 전기요금 인상과 쌀 목표 가격제 및 직불제 개편안, 전월세 상한제 및 주거비, 원유 용도별차등가격제 등의 정부 정책이 물가와 서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도 따져보고 있다. 센터는 분석을 마친 후 정부에 해당 제도 개선안 등을 조언할 방침이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