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쉿, 대박주 있어요’…주식달인이라더니 ‘사기달인’

입력 2023-06-11 18:38

“사인대로 매도했습니다. 일평생 모은 월급과 퇴직금 모두 투자해서 성공한 듯합니다. 귀인을 만난 것 같아 놀랍기도 하고…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지난 3월 한 주식 리딩방에 올라온 수익 인증 글이다. 글쓴이는 이와 함께 수익 약 500%의 계좌 인증 사진도 첨부했다. 그러나 이는 사기 일당이 섭외한 바람잡이가 쓴 가짜 인증 글이었다.

비상장주식을 상장될 것이라 속여 판매한 일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들 일당은 매수가 제한된 종목을 추천한 뒤 바람잡이를 동원해 수익을 본 것처럼 속여 투자자의 환심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 등 일당은 지난 2~4월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주식대학’ ‘주식도사’ ‘주식의 달인’ 등의 이름을 가진 리딩방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이들은 자신을 ‘교수’ ‘훈장’ ‘도사’로 칭하고 무료로 종목을 추천해 투자자의 신뢰를 쌓았다.

특히 이들은 실제 상장을 앞둔 B사를 추천하며 환심을 샀다. B사가 상장되자마자 이들 리딩방엔 수익 인증 글이 잇따라 올라왔는데, 이는 A씨 일당이 동원한 바람잡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B사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어 일시적으로 매수가 불가능한 종목이었고, 바람잡이들도 실제로는 수익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알지 못한 채, 대박 기회를 놓쳤다고 후회했다.

A씨 등은 투자자들의 조바심을 자극했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상심이 클 것 같아 회원님께만 말씀드린다. 상장이 확정된 대박주니까 꼭 놓치지 말라’고 접근해 T사를 추천했다. 그러면서 T사가 상장되면 최대 5배 수익을 볼 수 있다며 1주당 2만5000원의 돈을 받고 주식을 넘겼다. 일당은 허위로 작성한 상장 서류도 제공했는데, T사 내부 자료인 것처럼 눈속임하기 위해 ‘대외비’라고 적힌 문건과 함께 서류를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투자자 중 일부에게는 ‘대주주가 웃돈을 주고 당신 주식을 사려 한다. 1000주 단위로만 매입하니 물량을 맞춰 달라’며 1~2억원어치의 주식을 더 사들이게 했다. 상장이 안 되면 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원금을 돌려주겠다며 투자자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T사는 상장되지 않았고, 의문을 제기한 이들은 리딩방에서 강제 퇴장당했다. T사는 앞서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비상장주식 사기 혐의로 수사한 곳(국민일보 6월 8일자 11면 참고) 중 하나다. 경찰은 최근 T사 대표 최모씨 등 7명을 구속 송치했다. 다만 경찰은 최씨 일당과 A씨 등은 직접 관련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단체 고소에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A씨 등 38명을 사기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고소에 참여한 인원만 100명에 다다른다. 개인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추산한 총피해금액은 43억원 정도로 전해졌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