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 인사로 속속 교체…진보 편향 사법부 ‘우향우’

입력 2023-06-11 18:34

김명수 대법원장이 새 대법관 후보자로 중도 성향 2명을 임명제청하면서 ‘사법부 진보벨트’의 지각 변동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임명되면 대법관 14명 중 중도‧보수 성향은 6명에서 7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난 3~4월 윤석열정부에서 새로 취임한 헌법재판관 2명도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재판관 9명 구성도 중도‧보수 성향이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오는 9월 김명수 대법원장, 11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잇따라 퇴임하면 대법원과 헌재의 중도‧보수 색채는 한층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이 9일 임명제청한 서경환(사법연수원 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권영준(25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뚜렷한 정치 성향이 없는 중도 인사로 분류된다. 서 부장판사는 재판 실무와 사법행정, 도산법 분야에 두루 능통한 ‘정통 법관’으로 꼽힌다. 권 교수는 민법 전문가로 통한다.

신임 대법관 후보자들은 중도로 분류되는 조재연 대법관, 진보 성향으로 꼽히는 박정화 대법관 후임이다.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재판에 참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13명의 ‘중도‧보수’ 대 ‘진보’ 구도는 7대 6으로 중도‧보수 우위가 된다.

현직 대법관 14명 중 김 대법원장,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노정희 박정화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 6명은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우리법연구회 및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김선수 대법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이다.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민유숙 대법관도 소수자 목소리를 반영한 진보적 판결을 다수 내렸다.

헌법재판소도 중도 성향 김형두 재판관과 정정미 재판관이 지난 3~4월 취임해 진보 색채가 옅어졌다는 평가다. 현재 재판관 9명 중 유남석 소장, 문형배 김기영 이미선 재판관이 우리법연구회 등 출신이다. 유 소장은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등 윤석열정부에서 헌재 재판관 9명이 모두 교체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김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후임자 지명을 앞두고 “특정 단체 출신 편중 인사를 하지 말라”고 견제했었다. 지난달 30일 대법관 후보추천위가 후보 8명을 발표하자 ‘특정 후보자가 제청되면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임명권과 대법원장 제청권의 충돌까지 염두에 두고 법률 검토를 마쳤다고 한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신임 헌법재판관 2명과 대법관 후보자 2명을 모두 중도 인사로 선택해 극한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고위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김 대법원장이 대통령 임명권을 존중하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지난달 30일 대법관 후보군 발표 후 최종 임명제청까지 너무 긴 시일이 걸리지 않은 것을 보면 비교적 원활하게 조율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나성원 신지호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