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직장인 A씨는 지난 5월 연봉협상을 요청했다가 회사로부터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고 얼마 뒤 회사는 A씨가 자발적으로 퇴직 의사를 표했다면서 퇴사 처리했다. A씨가 연봉협상을 요청했을 당시 ‘협상이 되지 않으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는 이유였다. A씨는 계속 근무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회사는 ‘새로운 직원을 뽑았다’며 묵살했다.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 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1월 이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13.7%나 됐다. 직장인 10명 중 1명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직장을 그만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의지와 무관한 실직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23.8%였다. 정규직 노동자(7.0%)보다 3배나 높은 수치다. 실직 사유별로 보면 ‘권고사직·정리해고·희망퇴직’이 25.5%로, ‘계약만료’(29.9%) 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비자발적 해고’(23.4%), ‘자발적 퇴사’(16.8%) 순이었다.
근로계약 종료는 해고, 권고사직, 계약만료, 자진퇴사로 나뉜다. 직장갑질 119는 특히 해고와 권고사직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직장갑질119는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계약기간 만료, 권고사직·정리해고·희망퇴직, 비자발적 해고의 차이에 대해 알지 못해 회사의 ‘해고갑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아무리 회사가 종용한다 해도 절대 사직서나 각서에 서명해서는 안 된다고 직장갑질119는 조언했다. 만약을 대비해 녹음기를 소지하고 다닐 것을 강조했다. 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포기한다’는 확약서나 각서를 압박해도 절대 서명하지 말 것, 회사의 동의 없이도 퇴사가 가능하지만 무단퇴사라며 협박할 수 있으니 30일 전에 무조건 통보할 것 등 퇴사 시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