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ChatGPT)의 등장이 오히려 인간의 영적 권위를 부각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기독교학문연구회(회장 김태황) 춘계학술대회가 10일 대전 배재대 국제교류관에서 ‘기독교인, 챗지피티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전항록(충남대법학전문대학원) 연구원은 ‘챗지피티는 예언할 수 있는가’ 주제의 발표에서 “의미체계만으로는 신앙이 전달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인공지능이 지식적으로 고도화되고 상호작용의 능력까지 갖추면서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코칭’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준에 이르렀다”면서도 “신앙 양육의 주체나 제자화, 즉 영적 코치 내지 영적 멘토 역할은 수행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 연구원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서술이나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서술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전달할 수 없다”며 “4복음서 내용조차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서술일 뿐이고 예수 그리스도 그 자체가 아니다. 신앙의 발현 내지 성장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린도전서 12장 13절에 나오는 ‘대언의 은사’와 에베소서 4장 11절의 ‘교사와 구분되는 사도 직분’을 언급하면서 “챗지피티의 등장으로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이 하나님의 본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존재로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점이 오히려 부각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영적 질서 영적 권위와 같은 개념이 새롭게 검토될 것”이라며 “은사주의에 대한 경계로 배격됐던 영의 영역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연구원은 “예수를 믿는 지성인일수록 영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확고한 믿음의 전제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비단 챗지피티뿐 아니라 그로 인해 변화될 모든 학문 연구 분야를 제자 삼고 자녀 삼는 관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경건(서울대 교육종합연구원 객원) 연구원은 “기독교인들은 챗지피티를 대할 때 피조 세계의 보존과 다스림이라는 문화명령과 연관 지어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인공지능 시대에도 인간만이 하나님의 형상이다. 우리 사회 담론이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간 역할의 축소라는 위기 레토릭으로 잠식되어 가는 현실을 두고 애통해하며 목 놓아 하나님께 부르짖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