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스텔라] ‘현대차 포니처럼’… 기아가 42년 만에 복원 추진하는 ‘이 차’

입력 2023-06-11 17:04 수정 2023-06-11 17:13
기아 브리사. 기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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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소형 세단 ‘브리사’를 아십니까. 기아 소하리 공장에서 1973년에 탄생한 첫 국산 승용차입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헤리티지(유산)를 계승하겠다며 복원에 열중했던 ‘포니’보다 1년 먼저 등장했죠. 처음엔 일본 마쓰다 패밀리아 2세대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이었지만 이듬해 10월에 세단으로 모습을 바꿨습니다.

브리사는 출시 직후부터 연간 1만대 이상 팔린 모델입니다. 처음엔 일본 마쓰자 자동차의 기술을 차용했지만 이후 국산화율을 9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과거 자료를 찾아보니 ‘브리사1’이 당시 가격으로 159만원이고, 4년 후 출시된 ‘브리사2’가 249만원에 판매돼 소비자가 부담 없이 구매할 수도 있었습니다. 영업용 택시로 많이 이용됐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주인공 김만섭(송강호)이 운전했던 택시가 1974년에 출시한 브리사입니다. 1981년 정부의 자동차산업 합리화조치(2·28 조치)에 의해 단종했으니 벌써 42년이 지났습니다. 브리사는 현대차 포니와 함께 한국 자동차 역사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죠.

이런 브리사를 기아가 복원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자동차업계에서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 소문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포니의 시간’ 전시회 오프닝 행사에서 말이죠. 당시 정 회장은 기자들이 기아의 헤리티지 프로젝트 진행 여부를 묻자 “삼륜차나 브리사 등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기아 황금기는 1980년대 후반 ‘프라이드 시대’부터지만 복원 모델로 브리사를 꼽은 건 이 차가 전기차 대전환의 시대에 ‘도전’의 가치를 더 잘 담고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복원 시점은 내년이 유력합니다. 1944년생 기아가 팔순을 맞는 해입니다. 정 회장은 “(구체적인 일정 등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현대차는 포니의 디자인을 전기차 아이오닉5에 계승했습니다. 최근엔 포니 쿠페 콘셉트카에서 영감을 받은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N 비전 74’를 공개하기도 했죠. 기아가 브리사의 디자인을 신차에 반영할지도 관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기아는 주인이 바뀌면서 (회사의)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없었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끊임없이 혁신하며 미래를 지향하는 지금이야말로 ‘기아 헤리티지’가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