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충남지사는 “13년 만에 열리는 ‘대백제전’을 통해 윤석열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일 관계 정상화 노력을 지방정부 외교 차원에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대백제전은 오는 9월 23일부터 10월 9일까지 17일 동안 충남 공주·부여 일대에서 개최된다.
김 지사는 8일 충남 홍성 충남도청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500년이 넘게 교류해 온 한·일 관계 속에서 양국 간 관계가 가장 좋았던 때가 백제시대”라며 “대백제전은 당시의 한·일 관계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양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달 21∼27일 일본을 방문해 오사카·교토·도쿄·구마모토를 돌면서 대백제전 홍보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김 지사는 인터뷰에서 “대백제전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상당하다”면서 “구마모토·나라·시즈오카현에서는 지사들이 직접 사절단을 이끌고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이어 “국내외에서 150만~17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인데, 최소 2만명은 일본 관광객으로 채우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일본 여행사들도 대백제전 관련 여행상품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백제전은 10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충남의 가장 큰 지역행사로, 올해 대백제전은 코로나19로 인해 13년 만에 열린다.
충남은 대백제전의 성공을 위해 181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올해 대백제전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인터뷰 도중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10월 8일 일본 의회 연설에서 “한·일 관계가 불행했던 것은 약 400년 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임진왜란)과 금세기 초 식민지배 35년간”이라며 “이렇게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했던 대목을 여러 차례 거론했다.
김 지사는 ‘힘센 충남, 대한민국의 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지난 1년간의 도정에 대해 “A학점은 주지 못해도, B학점 정도는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그간의 밋밋하고 무색무취한 충남도정에서 탈피해 역동적이고 파워풀하게 충남을 이끌겠다”고 남은 임기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에서 직접 느낀 백제문화에 대한 관심은 어땠는가.
“기본적으로 백제문화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상당하다.
백제의 많은 문물과 문명을 받아들이면서 고대 일본이 성장했고, 그런 측면에서 일본이 백제문화를 오히려 한국보다 더 다양하게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느꼈다.
특히 ‘백제계 도래인(渡來人·고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뿌리가 됐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충남과 자매결연을 맺은 구마모토현의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는 ‘내게도 백제의 피가 흐르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일본에서 대백제전을 홍보하면서 어떤 점을 강조했는가.
“대백제전 홍보를 하면서 일본의 정·관계 인사들, 언론인, 문화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최근 복원돼 가는 한·일 관계를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 정말 어려운 결단을 했는데, 이제는 일본이 그에 맞는 화답을 해야 할 차례라는 점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이 국내 반대 세력으로부터 ‘친일파’ 등 비난을 감수하면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고 직설적으로 얘기했더니 놀라기도 하더라.
대백제전에 적극 참여해서 지방정부와 민간의 교류 차원에서 한·일 관계 정상화 분위기를 이어받는 것이 윤 대통령의 결단에 대한 화답이 될 수 있다고 일본 측을 설득했다.”
-이번 대백제전이 충남 지역에 어떤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가.
“백제의 고도인 공주와 부여는 역사·문화적으로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공주와 부여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그런 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대백제전이 전환점이자,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백제전을 통해 공주·부여를 관광산업과 지역경제가 동시에 발전하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7월 1일이면 충남지사 취임 1주년을 맞는데, 가장 주력했던 정책은 무엇인가.
“충남은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서 국가정책적 측면에서 낙수효과를 누린 지역이다.
하지만 비유하자면 ‘목 좋은 구멍가게’였다.
손님만 기다리는 구멍가게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통해서 가게를 키우고 파이를 키우는 도정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1년간 기업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4월에 삼성디스플레이 4조1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등 1년간 63개 기업으로부터 10조2778억원 규모의 투자를 끌어냈다.
또 천안과 홍성이 국가산단으로 지정됐는데, 17개 시·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자신의 도정평가에 A학점을 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도와 함께 아산만 일대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아산만 베이밸리’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개발할 계획이다.
비록 소속당은 다르지만, 김동연 경기지사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고 올해 연말쯤에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올 것이다.
또 환경관리공단이나 체육진흥공단 같은 공공기관 이전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내포 신도시에 종합병원·대학 등을 유치하고, 인프라를 개선해 내포 신도시를 인구 10만의 자족도시로 만드는 것도 목표다.
지역 내 농촌의 구조변화를 위해 임기 내에 임대형 스마트팜을 300만평을 조성해 청년 농업인 3000명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인터뷰=하윤해 정치부장, 정리=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