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가 10일 정재호 주중 한국 대사를 불러들여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언행에 대한 한국 정부 대응에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 외교부가 9일 싱 대사를 초치해 외교 관례에 어긋나고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는 행위를 엄중 경고한 다음 날 맞대응 조치를 한 것이다.
1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눙룽 부장조리는 전날 정 대사를 만나 “싱 대사가 한국의 각계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그의 책무이고 이는 한·중 관계 발전을 유지하고 촉진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현재 한·중 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반성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한·중 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며 “중국과 함께 양국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주중 한국 대사관은 이날 정 대사가 중국 측 요청으로 눙 부장조리를 만나 싱 대사의 언행에 항의를 표하고 “한·중 관계가 건강하고 성숙하게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양측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며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직설적으로 쏟아냈다. 이에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싱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외교사절의 본분에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한국 정부가 미국, 일본과 관계를 강화하고 자국이 핵심이익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지난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에 한·미·일 정상이 만난 뒤로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이 원활하지 않고 한국 연예인의 예능 출연이 돌연 취소되는 등 견제 기류가 뚜렷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중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 관련 북한의 안보 우려만 중시한다’는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에 즉각 “중국은 어느 한쪽의 우려만 중시한 적이 없다”고 공개 반박하는 등 양국 관계는 전 분야에 걸쳐 삐걱대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