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는 부모님들이 늘고 있는데요. 자녀와 함께 SNS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들을 공유하며 대화 소재를 찾고, 자녀들의 관심사를 알고 싶은 게 부모님의 마음일 것입니다. 특히, 자녀가 해외 유학 중인 부모님이라면 SNS를 통해서라도 자녀의 일상을 보고 싶은 마음일 텐데요. 그런데 이런 부모님의 팔로우가 불편하다는 한 유학생의 사연이 공개돼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11일 ‘별것 아니지만 고민이 생겼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본인이 해외 유학 중이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아빠가 갑자기 인스타 계정을 만들어서 나랑 내 동생만 팔로우했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내 인스타 스토리도 보시고 게시물에 죄다 ‘좋아요’를 누르신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물론 내가 무엇을 하고 지내나 궁금하신 것은 이해가 가는데 그래서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씩은 꼬박 전화를 드렸다”면서 “뭔가 집 밖에서 갑자기 아빠한테 내 사생활을 하나하나 다 감시당하기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서 좀 그렇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빠한테 인스타 지워달라고, 팔로우 끊어달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다”면서 “이제 인스타도 불편해서 마음대로 못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고민을 밝혔습니다.
A씨의 글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중 한 누리꾼은 “애초에 SNS를 남들 보라고 해놓고선 아빠가 본다고 사생활 감시라고 하는데, 유학 보낸다고 일하는 아버지가 불쌍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아빠가 딸들 그리워서 ‘좋아요’ 누르고 팔로우하는 건데 감시당하는 기분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하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그럼 댓글 남긴 분은 부모님이 친구랑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보고 페이스북 보고 인스타그램 봐도 괜찮냐”라고 되물었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누리꾼이 의견을 냈습니다. 일부 누리꾼은 외국에 간 딸 얼굴을 보는 유일한 방법이 SNS라서 그렇다며 “남한테 보여줄 수 있는 걸 아빠한테는 왜 못 보여주는 걸까. 이상하다” “내 자식이 뭐 먹고, 뭐 입나 보고 싶은 부모님 마음이 왜 그렇게 싫을까” “무언가 당당하지 못한 일이 있어서 부모님이 보는 게 껄끄러운 것 같다” 등의 댓글을 남겼습니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친구들과 노는 공간에 부모님이 들어오면 당연히 불편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이들은 “친구들과 공유하는 콘텐츠와 부모님과 공유하는 콘텐츠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별것 아닌 사진에도 부모님이 걱정하시니 인스타 사용이 조심스러워진다는 것 같은데 충분히 공감한다” “사춘기 소녀가 방에서 문 닫고 안 나오는 것과 같이 나이를 먹으면서 부모님과 공유하는 것이 달라지는 거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젊은 부모님은 물론 연세가 있는 어르신이더라도 SNS를 활발하게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SNS 문제로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똑같지만 방식에 있어서 서로의 의견이 다른 듯한데요. 여러분은 부모님의 인스타 팔로우가 괜찮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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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