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나루한강공원에서의 첫 야외 합동결혼식이 11일 열렸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청각장애인 부부와 4살 아들을 둔 탈북민 부부다. 두 커플 모두 아내가 외국인이다. 둘다 청각장애인인 A 씨 부부는 부부생활 18년 만에 결혼식을 올린다. 인도네시아에서 지금의 신부를 만나 10년간 산 A 씨는 이후 한국으로 건너와 8년을 더 살았다. 결혼식을 하고 싶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미루다 이번 저소득 장애인 계층을 위한 결혼식 사업 정보를 듣고 신청하게 됐다. A 씨는 "18년 만에 고대하던 결혼식을 하게 되어 기쁘고 신납니다"라며 수화로 소감을 전했다.
혼인신고 후 5년 만에 결혼하게 된 B씨는 4살 아들 C 군과 함께 결혼식을 올렸다. 탈북민이라 결혼이 늦은 B 씨에게 결혼 소감을 묻자 “기쁘죠, 결혼식을 주선해줘서 고맙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4살 아들과의 결혼식은 쉽지 않았다. 아직 엄마와 떨어져 있기엔 C 군이 어려 사진을 찍거나 결혼식장에 입장할 땐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이 애를 달래기 바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C 군은 울며 엄마에게 달려가곤 했다.
결혼식 주례는 주용태 한강사업본부장이 섰다. 주 본부장은 “광나루한강공원 장미원을 만들고 야외결혼식장으로 처음 하는 의미 있는 자리여서 주례를 봤다”며 “결혼식을 못 올리신 분들이 무대로 사용될 수 있게 지속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날 결혼식은 다문화, 탈북민, 장애인 등 사회적약자를 위해 한강사업본부가 진행한 첫 무료 결혼식이다. 주례 이후 하울의 ‘사랑인가요’ 축가를 들은 두 부부는 하객들의 박수 속에 행진했다.
소나기가 예보됐던 이 날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식장에 준비된 우산은 양산이 되었고, 천막은 그늘이 되어줬다. 이날 후원을 맡은 KB증권의 최두희 브랜드전략부장은 “한강사업본부가 관리하는 난지캠핑장에서 서울 저소득층 가정 25가구를 위한 1박 2일 행복그린캠핑을 진행하는 등 지역사회 공헌 사업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사회 공헌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와 한강사업본부는 결혼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비부부들을 위해 북서울꿈의숲이나 여의도 물빛광장 등 공공시설 19곳을 예식장소로 개방한 바 있다.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패밀리서울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