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이야기의 보물창고…공연 콘텐츠로 차별화”

입력 2023-06-11 14:20 수정 2023-06-11 18:01
강릉 관광브랜드공연 프레페스티벌의 박용재 예술감독. 강릉 관광브랜드공연 프레페스티벌

지난 8일 저녁 강릉의 300년 고택으로 유명한 선교장에서 뮤지컬 ‘월하가요’가 열렸다. 선교장 내 5개 공간에서 펼쳐진 이 작품은 ‘희로애락’을 상징하는 4대 가문의 합동결혼식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랑싸움과 화해를 그렸다. 관객이 직접 하객이 되어 선교장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완성하는 ‘공간 이동형 이머시브 뮤지컬’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14일까지 매일 저녁 2회 열리는 ‘월하가요’는 강릉시가 올해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으로 추진한 ‘강릉 관광브랜드공연 프레페스티벌’의 마지막 작품이다.

지난달 25일 개막해 14일까지 열리는 강릉 관광브랜드공연 프레페스티벌은 ‘강릉은 극장이다’를 테마로 강릉의 문화 자원을 활용한 공연 5편을 선보였다. 신사임당을 소재로 한 무용극 ‘新사임당-사임당을 그리다’, 허균과 홍길동전을 소재로 한 음악극 ‘목소리의 주인’, 옹심이와 장칼국수를 소재로 한 다이닝 퍼포먼스 ‘옹칼의 비밀’, 단오제와 관노가면극을 모티브로 한 미디어 퍼포먼스 ‘단오지향’ 그리고 ‘월하가요’가 그것으로 모두 창작 신작이다. 관광브랜드공연 페스티벌의 산파 역할을 한 인물은 시인 겸 극작가인 박용재(63) 예술감독이다. 박 감독은 다양한 뮤지컬 대본을 쓰는 등 공연계와도 인연이 깊다.

강릉 관광브랜드공연 프레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무용극 ‘新사임당-사임당을 그리다’(위부터), 음악극 ‘목소리의 주인’, 다이닝 퍼포먼스 ‘옹칼의 비밀’의 한 장면. 강릉 관광브랜드공연 프레페스티벌

박 감독은 “강릉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고유한 문화를 찾는다”면서 “강릉이 지역 이야기를 매개로 한 다양한 공연으로 문화콘텐츠 중심 도시가 됐으면 한다. 관광에 있어서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도 이뤄낼 방법”이라고 이번 축제의 취지를 설명했다.

‘프레페스티벌’이란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축제는 올해 시범적으로 열렸지만,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관광브랜드공연이 되려면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박 감독은 “이번 프레페스티벌은 가능성을 찾자는 것이다. 유명 작품 유치는 일회적 효과는 있을지언정 그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담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에 강릉의 이야기들로 창작 5편을 제작하는 모험을 했다”면서 “이번에 선보인 5편은 전체적으로 강릉이 주제지만 작품별로는 사랑, 용서, 화합, 변화, 삶의 판타지를 담고 있다. 관람객들의 설문조사 결과도 긍정적인 만큼 상설공연화 등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과제”라고 답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20년 초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관광거점도시로 부산, 강릉, 전주, 목포, 안동 등 5곳을 지정했다. 이후 이들 5개 도시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역 특성에 걸맞은 다양한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강릉의 경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KTX가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당일치기 관객이 증가하는데 비해 숙박 관객은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머무는 도시’로 강릉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중인데, 상설공연은 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강릉 관광브랜드공연 프레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미디어 퍼포먼스 ‘단오지향’(위)과 이머시브 뮤지컬 ‘월하가요’의 한 장면. 강릉 관광브랜드공연 프레페스티벌

박 감독은 “중소 도시에서 신작 5개를 개발해 페스티벌화 한다는 것은 유례가 없다. 하지만 이번 작업이 강릉의 이야기와 공간을 스토리텔링함으로써 미래가치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면서 “다음 축제의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 등은 아직 공개하기 어렵지만 주제는 역시 ‘강릉은 극장이다’가 될 것이다. 가능하면 공연 제작 편수와 장르를 확대하고 싶다. 또 다양한 지역축제들과 연계해 강릉의 5~6월은 축제 시즌으로 인식돼 많은 분이 강릉에 오셨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박 감독은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은 중견시인이다. 허균의 생가인 ‘애일당 터’ 인근에서 태어난 그는 그동안 자신의 여러 시에서 ‘강릉 예찬’을 담았다. 그는 “강릉은 이야기의 보물창고다. 신화에서 커피까지 무궁무진하다. 또, 신라 향가(헌화가)에서 전통문화(차 문화) 그리고 최초의 한글소설(홍길동전)을 쓴 허균과 현대문학까지 문화예술의 보고”라면서 “강릉의 이런 문화자원으로 만든 공연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시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릉=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