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도 파주를 잇는 고속화도로인 자유로를 무단횡단하던 80대 남성이 차량 여러 대에 치여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숨진 노인은 치매를 앓아왔는데, 사고 당일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자택에서 산책하러 다녀온다며 나간 후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해당 사고 소식은 최근 유명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 블랙박스 제보 영상이 올라오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상은 ‘자유로를 지나다 시체를 본 것 같다’는 내용이었지만, 파편적인 영상과 목격담만 있었기에 시신의 진위를 포함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한문철 변호사 역시 영상 속 물질에 대해 “누군가 마네킹을 떨어트리면서 생긴 해프닝이 아닌가 싶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결국 여러 번의 사고로 훼손된 노인 시신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경찰에 따르면 8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10시10분쯤 서울에서 일산 방향 자유로를 가로질러 걸어가다 차량 여러 대에 치이고 밟혀 숨졌다.
온라인에서 제기된 살인이나 시신 유기 혐의점은 없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처음 차로 치고 달아난 B씨(78)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B씨는 A씨를 들이받은 뒤 집으로 갔다가 약 1시간 뒤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사고 이후로도 여러 차량이 A씨를 밟고 간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아무리 무단횡단이라고 하더라도 고속화도로에서 A씨를 친 운전자들은 전방주시 의무 위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 사망 책임의 경중을 따지고 있다.
다만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운전자는 날벼락 맞은 것”이라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사고 수습 영상은 지난달 27일 한문철 TV에 ‘자유로에 팔다리 없는 무언가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제보자는 “지난달 22일 오후 10시30분쯤 일산동구 장항IC 쪽으로 가던 중 심각한 정체가 빚어졌다”며 “가까이 다가가 보니 노인이 누워 있었는데, 주변에 사고 흔적이 없어 시신을 (자유로에) 버린 것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해당 영상이 확산하자 ‘달리는 차 안에서 시신을 던져 유기한 것 같다. 공포스럽다’는 반응과 ‘도로 한복판 시신이라니 믿을 수 없다. 마네킹인 것 같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이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목격담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한문철 TV 영상을 언급하며 “마네킹이다 (아니다) 말들이 많은 것 같은데 사람이 맞다”며 “제가 최초 신고자”라고 했다.
이어 “저는 1차로 주행 중이었는데, 한 노인이 정신을 잃은 채 2차로 바닥에 새우 모양으로 누워있었다”며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후방미러를 보는 데 아니나 다를까 2차선에서 오던 차량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