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하루 앞두고 전격 불참을 결정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구호로 내건 행사를 후원했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9일 “산하 공공기관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정부에 정치적 공격을 일삼는 시민단체에 후원한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기념식에 불침키로 했다”고 밝혔다. 2007년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기념식은 행안부 주최, 기념사업회 주관으로 개최됐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이번 기념식에선 당초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인 한창섭 행안부 차관이 기념사를 할 예정이었다. 윤석열정부 첫해인 지난해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빈으로 참석했다. 정부가 기념식에 불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행안부가 전격 불참을 결정한 것은 ‘32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위원회’가 지난 8일 내건 범국민추모제 지면 광고에 정권 퇴진 문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기념사업회는 이 행사에 후원 단체로 이름이 들어가 있다.
행안부는 다음 주 기념사업회에 대한 특별감사에도 착수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업비가 적절히 집행됐는지를 비롯해 운영 실태 전반에 대한 감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기념사업회는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운영되던 것을 확실히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해당 단체가 상의 없이 정권 퇴진 문구를 넣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설명자료를 내고 “2023년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 협력사업 공모를 통해 해당 행사를 선정했다. 지원도 무대설치비에 한정됐다”며 “해당 단체가 협의 없이 당초 사업 내용에 없던 대통령 퇴진 요구 등의 정치적 내용을 포함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단체에 공모 선정 취소를 통보했으며 지원금 역시 집행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향후 3년간 해당 단체에 대한 지원도 배제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이 사업회 설립 목적에 맞게 이뤄지도록 관리 감독도 강화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