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 후 집주인이 바뀌었더라도 세입자가 제때 전입신고를 마쳤다면 새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세입자 A 씨가 새 집주인 B씨 등을 상대로 낸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A씨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 공인중개사의 중개 하에 경기도 광주의 신축빌라 한 호를 전세계약했다. 보증금 8900만원에 2년5개월을 거주하는 조건이었다. A씨가 계약을 맺은 사람은 해당 빌라 한 호를 분양받기로 한 C씨로 건물주에게 잔금을 치르는 중이었다.
당시 임대차계약서에는 ‘본 건은 계약일 현재 매매가 진행 중인 물건으로서 본 소유자가 바뀌는 경우에도 임대차계약 내용은 새 소유자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며, 보증금 반환책임은 최초 계약대로 절대 보장한다’는 특약이 포함됐다. A씨는 2018년 3월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도 받았다.
그런데 C씨가 잔금을 제때 치르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건물주는 2019년 8월 분양계약을 해지하고 C씨에게 퇴거를 요구했다. 건물주와 매매계약을 체결해 새 집주인이 된 B씨는 A씨에게 빌라에서 나가 달라고 요청했다.
전세계약 만료 시점 이후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A씨는 2020년 5월 새 집주인 B씨, 전세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건물주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냈다. B씨는 “무단 거주 기간만큼 월세를 지급하라”며 A씨를 상대로 맞소송을 냈다.
1·2심은 B씨 손을 들어줬다. B씨에게는 보증금을 반환할 책임이 없고, A씨에게는 무단 거주 기간만큼 B씨에게 밀린 월세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당초 집주인이었던 C씨가 분양계약을 맺고 매매대금 일부만을 지급했을 뿐 계약 이행이 완료돼 해당 빌라를 온전히 인도받은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C씨를 ‘다른 사람에게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는 C씨와 계약한 만큼 새 집주인 B씨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에 ‘A씨의 임대차보증금은 C씨와 건물주의 매매계약 완료 시까지 공인중개사가 보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근거로 공인중개사가 A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보증금 반환 책임은 B씨에게 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C씨가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건물주에게서 적법한 임대권한도 부여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는 적법한 임대인인 C씨로부터 그의 분양계약이 해제되기 전 해당 빌라를 임차해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상태였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요건을 갖췄다”고 판결했다.
C씨와 건물주 등 분양계약 당사자 간의 문제로 계약이 어그러졌지만, 이를 이유로 적법하게 전세계약을 체결한 A씨의 대항력까지 부정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