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美대사 “中, 마이크론 등 美기업만 겨냥…저항할 것”

입력 2023-06-08 06:46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최근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조치가 정치적 보복이라며 맞대응 의지를 강조했다. 중국과 경쟁을 지속하겠지만, 의도치 않는 분쟁 등을 피하기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 구축이 필요하다는 뜻도 밝혔다.

번스 대사는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글로벌 임팩트 포럼’에 화상으로 참여해 마이크론, 딜로이트, 베인앤컴퍼니, 캡비전, 민츠 그룹 등을 언급하며 “우리는 지난 수개월 사이 5개의 미국 회사가 (중국 정부) 타깃이 된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질에서 정치적으로 보이며 중국 관점에서는 보복이지만, 잘못된 것”이라며 “분명히 우리는 이에 대해 저항하고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번스 대사가 언급한 5개 기업은 중국 정부가 판매 금지나 영업정지, 압수수색 등 조치를 취했 곳이다. 번스 대사는 “이런 일은 다른 국가의 기업에는 일어나지 않고 있는데, 미국 기업에는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 정부의 일부 관행에 대해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번스 대사는 또 “중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른 약속을 준수하고 자국 기업이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편취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도록 중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며 “일본, 유럽연합(EU), 한국 등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번스 대사는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방첩법에 대해 “합작 투자 검토를 위해 실사 데이터를 수집하는 활동도 간첩 행위의 정의에 포함된다”며 “데이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학계 연구자, 학생, 과학자 등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4월 기타 국가 안보 이익과 관련한 문건, 데이터, 자료, 물품 등을 해외로 빼돌리면 처벌하는 등 간첩 행위 범위를 대폭 넓히는 방향으로 방첩법을 개정했다. 간첩 조직과 대리인에게 빌붙는 행위도 같은 혐의로 처벌하고, 단속을 위해 데이터 열람과 재산 정보 조회를 허용하는 등 당국의 권한도 강화했다.

번스 대사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내 펜타닐 대부분은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에 의해서 공급되는데, 펜타닐을 구성하는 화학물질은 중국의 암시장에서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의 마약 밀매업자에게 판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 정부가 막강한 권한을 사용해 중국 기업의 펜타닐 판매 능력을 차단하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번스 대사는 “우리는 중국 군대에 도움을 주지 않기 위해 첨단 반도체와 같은 기술을 판매하는 미국 기업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경쟁하는 동안 경쟁이 한계와 장벽을 갖도록 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평화로운 경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도 이날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미·중 관계의 지배적인 프레임은 경쟁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경쟁을 책임 있는 범위로 한정하고, 대결로 비화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의도치 않은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가드레일을 구축하고, 신냉전을 피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캠벨 조정관은 최근 미·중 간 고위급 접촉 움직임과 관련 “대화와 외교를 재개하는 것은 아직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라며 “어떤 궤도로 나아갈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