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 관계에도 해빙이 시도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사우디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미국이 관계 개선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제다에서 사우디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와 약 1시간40분 동안 회담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내고 “중동과 그 너머의 안정, 안보, 번영을 진전시키기 위한 공동의 약속에 대해 논의했다”며 “블링컨 장관은 양국 관계가 인권의 진전을 통해 강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성명을 통해 회담 개최 사실을 인정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의 방문은 두 나라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사우디는 원유 감산, OPEC플러스(OPEC+) 내 러시아 역할 지지, 중국이 중재한 이란과의 관계 회복 등으로 최근 미국과 거듭 대립각을 세워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사우디를 지목하며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이후 이런 일이 벌어졌다.
미국은 사우디가 중국·러시아에 더 밀착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관계 개선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AP는 “사우디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가 긴밀해짐에 따라 미국은 사우디와의 안보 관계를 활용하기를 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5월 사우디를 찾아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블링컨 장관은 7일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여하고, 8일에는 사우디 외무장관과 회담한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