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학생회 간부들이 면담을 거부하는 총장을 만나기 위해 교직원과 승강이를 벌이고 회의실 문을 파손한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헌법상 권리인 학습권 침해에 대항하기 위한 정당행위라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면담을 피하는 대학 총장을 찾아가 면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상지대 전 총학생회장 윤명식(34)씨와 총학생회 간부 전종완(34)씨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2014년 9월 상지대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의 ‘총장 퇴진운동’을 벌였다. 1993년 부정입학 관련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이 21년 만에 총장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윤씨와 전씨는 총장 면담을 계속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부당했다. 총장실 진입도 시도했으나 교직원들과 20분간 승강이를 벌이다 실패했다.
윤씨와 전씨는 그해 9월 29일 교무위원회가 열린 회의실에 학생 30명과 함께 무단 침입해 재차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위원들과 5분간 몸싸움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회의실 문을 파손하기도 했다.
1심은 피고인들의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각각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피고인들의 총장실·회의실 무단 침입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형식상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공익 목적에 따른 정당행위로 판단돼 위법성이 조각(면제)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정당행위’라는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상지대가 김 전 총장 구속 이래 구재단과 신재단 사이 오랜 갈등을 겪어온 사실을 언급했다. 대법원은 “김 전 총장 사학비리 이후 상지대 운영 관련 갈등이 20년간 봉합되지 않던 중 구재단을 상징하는 김 전 총장의 복귀로 갈등이 악화돼 학교 운영이 파행을 겪으면서 헌법상 권리인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될 것이 자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총장 면담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판단 하에 길지 않은 시간 실랑이를 벌인 것은 동기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