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살인’ 정유정 사패지수 28점…강호순보다 높다

입력 2023-06-07 15:20
'또래살인' 정유정(왼쪽 사진)과 연쇄살인범 강호순. 연합뉴스

부산에서 과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의 사이코패스 지수가 연쇄살인범 강호순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만약 정유정이 택시 기사의 신고로 긴급체포되지 않았다면 강호순처럼 연쇄살인범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최근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 사이코패스 지수 28점대를 기록했다.

이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강호순은 2005년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아내와 장모를 살해하고, 이듬해부터 2년간 여성 8명을 납치해 강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2009년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총 20개 문항으로 40점 만점이다.

한국은 통상 25점 이상, 미국은 30점 이상일 때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일반인은 15점 안팎의 점수가 나온다.

사이코패스 진단은 점수 외에 대상자의 과거 행적과 성장 과정,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과거 범법 행위 등의 자료와 프로파일러 면접 결과 등을 근거로 임상 전문가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경찰은 다만 정유정을 사이코패스로 단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지난 2일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우리나라 주요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연쇄살인범인 유영철 38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29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 25점 등이었다.

취업준비생이었던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40분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20대 피해자 A씨의 집을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휴대전화 등을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정유정은 범행 3개월여 전부터 휴대폰으로 ‘시신 없는 살인’ ‘살인 사건’ ‘범죄 수사 전문 방송 프로그램’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관련 내용을 찾아봤다. 도서관에서는 범죄 관련 소설 등을 빌려 탐독했다.

그는 과외중개 앱에 학부모 회원으로 가입하고, 지난달 24일 영어를 가르치는 A씨에게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엄마인데 영어 과외를 받게 해주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며 접근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4시쯤에는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중학생인 것처럼 속여 A씨의 집을 찾았다.

지난달 26일 부산 금정구 소재 20대 여성의 집에서 살인을 저지른 정유정(23)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캐리어를 챙겨 나오고 있다(왼쪽 사진). 이후 피해자 집으로 향하고 있는 정유정. 부산경찰청 제공, KBS 보도화면 캡처

미리 준비한 흉기를 숨기고 들어간 정유정은 피해자가 혼자 있는 것을 확인한 뒤 흉기를 휘둘렀다.

정유정은 이때 입고 있던 교복에 범행 흔적이 남자 이를 숨기기 위해 피해자 옷으로 갈아입었다.

피해자를 살해한 뒤에는 마트에서 락스와 비닐봉지 등을 구입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여행용 가방을 챙긴 뒤 A씨의 집에서 시신을 훼손했다.

시신 훼손에 사용한 흉기는 인근 마트에서 구입한 것으로, 중화요리 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도구였다.

정유정은 이튿날 시신 일부를 캐리어에 보관한 채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의 낙동강변 풀숲에서 시신을 유기했다.

이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정유정은 지난달 27일 오전 6시쯤 한 병원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시신을 유기한 풀숲은 평소 정유정이 산책을 다니던 곳이었다.

정유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직업 없이 할아버지와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거 직후 “이미 모르는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고 나에게 시신을 유기하라고 시켰다” “피해자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등의 거짓말을 일삼다가 체포 닷새 만인 지난달 31일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지난 2일 오전 살인 및 사체 유기 등 혐의로 정유정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