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통 큰 베팅’ 실패? 2400억원 디그롬 시즌아웃

입력 2023-06-07 14:03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투수 제이콥 디그롬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가운데 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알링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AP 뉴시스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거액 투자가 다시 한번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지난겨울 1억 8500만달러의 거액을 들여 영입한 우완 투수 제이컵 디그롬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텍사스는 7일(이하 한국시간) 디그롬이 찢어진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잔여 시즌 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않을 것이 확실해졌다.

디그롬은 올 시즌 6경기에서 30⅓이닝을 던졌다. 평균자책점 2.67에 9이닝당 13개 넘는 삼진을 잡아내며 쾌조의 시작을 보였으나 지난 4월 29일 뉴욕 양키스전을 마지막으로 빅리그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팔뚝에 통증을 호소한 그는 당시 3⅔이닝만 던지고 자진해 강판됐다.

이후 불펜 투구를 진행할 정도로 순조롭게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결과적으론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시즌 아웃 소식을 밝히며 현지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지난달 자신의 몸 상태가 들쑥날쑥했다며 회복세를 짐작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부상에 대한 우려는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디그롬은 뉴욕 메츠 소속으로 보낸 앞선 두 시즌을 모두 부상 때문에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다. 2021년엔 ‘역대급’ 초반 페이스를 과시했지만 반환점을 돌던 7월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지난해에도 부상으로 전반기 상당 기간 등판하지 못했다. 두 시즌 모두 100이닝을 채 못 던졌다.

그럼에도 텍사스는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의 디그롬에게 5년 1억 85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안겼다. 내구성에 대한 물음표가 깨끗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가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에 이르렀으나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건강한 디그롬’의 매력은 그만큼 컸다. 2014시즌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수상하며 화려한 늦깎이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고, 이내 메츠의 핵심 투수로 발돋움했다. 2017~2019년엔 3년 연속으로 200이닝을 넘게 소화했고 특히 2018년엔 10승 9패 평균자책점 1.70이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 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도 두 차례나 받았다.

에이스 디그롬의 부재가 텍사스의 순위 경쟁에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그가 이탈한 뒤로도 선발진은 꾸준히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6대 4 승리를 거둔 텍사스는 정규시즌 40승째를 기록했다. 최근 5연승으로, 2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4경기 반 앞선 지구 선두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