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교회는 사람들이 분주히 내딛는 발걸음 소리와 줄지은 차량들의 불빛으로 가득찼다. 광림교회(김정석 목사)에서 6월5일부터 7월14일까지, ‘기도함으로 하늘의 문을 열라’라는 주제로 40일 간 진행되는 ‘제35회 호렙산 기도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한동안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소규모로 진행됐던 기도회는 올해부터 대규모로 진행됐다. 기도의 갈급함이 컸던 탓인지, 이번 기도회에는 약 5500명의 성도들이 참가해 예배당을 가득 채웠다. 본당 1층은 물론 2층에도 발디딜 틈이 없었다.
기도회는 찬양으로 시작됐다. 교회 찬양팀이 경쾌한 찬양으로 성도들의 잠든 심령을 깨웠다. 그런다음 모든 성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통성기도를 드렸다. 두 손을 꼭 모으고 조용히 기도를 드리는 성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높이 치켜들고 소리를 지르며 기도를 드리는 성도,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드리는 성도 등. 성도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기도회에 헌신하고 있었다.
뜨거운 통성기도의 시간이 끝난 후 김정석 목사가 강단에 나와 설교를 했다. 그는 ‘인생의 한밤중에 드리는 기도’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진정한 예배와 기도는 교회로 발걸음을 내딛을 때부터 시작된다”며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기도함으로써 어둠을 환히 밝히는 우리 모두가 되자”고 말했다.
호렙산기도회는 지난 1989년부터 시작돼 매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교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특새’(특별새벽집회)라는 용어가 여기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호렙산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삼각형의 반도인 시나이 반도에 솟아있는 거룩한 산이다. 모세가 ‘불붙었으나 타지 않는 떨기나무’ 앞에서 소명을 받은 곳이며, 엘리야 선지자가 영적인 회복을 경험한 곳이다.
광림교회 관계자는 “현재 성도들이 있는 곳이 곧 호렙산이라는 믿음을 갖고, 개인의 영적인 삶은 물론 가정과 교회 세계와 열방 나라와 민족 등을 위해 기도하는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호렙산 기도회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빠짐없이 참가한 성도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기도회가 성령의 임재를 경험하는 소중한 통로가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36년 간 광림교회를 섬긴 한상미 권사(여·65)는 6일 국민일보와 만나 “남편과의 이별 등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한 삶을 살았었다”며 “기도회에 나와 모든 걸 내려놓고 기도하면서 삶이 기쁨이 되는 기적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새벽에 시작된 기도회였음에도 이를 마치고 나온 성도들의 얼굴엔 피곤함보다는 상쾌함이 엿보였다. 기자 역시 그랬다. 그러면서 교회 정문에 넓게 펼쳐진 현수막 안에 있는 성경 글귀가 더욱 또렷이 눈에 들어왔다. “여호와여 내게 응답하소서. 이 백성에게 주 여호와는 하나님이신 것과 주는 그들의 마음을 되돌이키심을 알게 하옵소서 하매” (열왕기상 18장 37절)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