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의 하남자 김병철…“귀엽게 봐주실 줄은 몰랐죠”

입력 2023-06-05 16:58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외과 의사 서인호를 연기하고 있는 김병철. JTBC 제공

‘주먹을 부르는 나쁜 남자’,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웃기고 짠한 ‘마성의 하남자(상남자의 반대)’. 4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서인호는 배우 김병철을 만나 캐릭터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었다. 시청자들은 그를 미워하면서도 미워만 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 방송 시청률은 18.55%(닐슨코리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주인공인 차정숙(엄정화)의 남편이자 20년 넘게 이중생활을 해 온 외과의사 서인호를 연기한 김병철을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병철은 “인호를 귀엽게 봐 주실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인호는 나쁜 사람이지만 나쁘기만 하진 않고, 웃긴 구석도 있다’ 정도로 해석했는데 인물의 긍정적인 면도 표현돼 다행”이라며 웃었다.


‘닥터 차정숙’에서 정숙은 의대 재학 중 동기 인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육아에 전념하느라 의사로서의 꿈을 포기한 인물이다. 갑작스런 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뒤 46세에 다시 의사의 꿈을 이루려는 정숙을 인호는 사사건건 무시하고 다그친다. 조강지처와 자식들 모르게 첫사랑 승희(명세빈)와 딸을 뒀다.

김병철은 “시청자들이 거북하지 않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명세빈씨도 그런 부담을 가지고 있어서 함께 의논하고 연습하며 적당한 지점을 찾아나갔다”면서 “어떤 역할을 맡든 인물의 다양한 면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닥터 차정숙 스틸사진. JTBC 제공

인호는 집과 병원에서 고지식하고 엄격한 모습을 유지하려 하지만 코미디가 끊이지 않는다. 의사가 되겠다는 정숙의 뜻을 처음 꺾었을 때 혼자 키보드를 두드리며 환희의 춤을 추는 장면, 의료 봉사활동을 가서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 등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회자됐다.

코믹 연기에 대해 그는 “쉽지는 않다. 애드리브를 그리 잘 하지 못하고 대본에 충실한 편”이라며 “사람들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재밌지만 누군가에겐 혐오스러울 수 있다. 나만의 경험으로 터득한 재미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닥터 차정숙' 마지막회 방송화면. JTBC 제공

김병철은 영화 ‘황산벌(2003)로 데뷔해 여러 작품에서 단역과 조연을 거쳤다. 드라마 ‘도깨비’(2016)에서 900년 간 구천을 떠도는 간신 박중헌을 연기하며 “파국이다”라는 대사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배우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으로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와 ‘스카이캐슬’(2018) 그리고 ‘닥터 차정숙’을 꼽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김병철은 로맨스 연기를 선보였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아내 정숙에게 소금빵을 선물하는 장면, 연적인 로이 킴(민우혁)과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 등은 마지막까지 재미를 선사했다.

배우 김병철. 에일리언컴퍼니 제공

그는 “로이 역은 캐스팅의 승리다. 인호에게 로이는 보기만 해도 열등감이 느껴지는 인물이라 몰입하기 좋았다”며 “김병철이란 연기자의 중년 로코도 가능하지 않을까.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