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과외 중개 앱을 통해 만난 일면식 없는 2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이 살해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검거 직후 “모르는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다”며 거짓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씨는 3개월 전부터 이미 범행을 계획하고 있는 상태였다.
4일 부산경찰청과 금정경찰서 등에 따르면 살인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정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6시쯤 긴급체포된 뒤 4일 동안 거짓 진술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체포 이후 살인 동기에 대해서 “이미 모르는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고, 나에게 시신을 유기하라고 시켰다”고 둘러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피해자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이 역시 거짓이었다. 경찰이 CCTV 등으로 파악한 동선에 정씨 외 범행과 관련된 제3의 인물은 없었다. 긴급체포 당시에는 배가 아프다고 호소해 병원 응급실로 향했지만 이도 꾀병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포렌식 결과, 정씨는 범행 석 달 전인 올해 2월부터 온라인에서 ‘살인’ 등을 집중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범행 전에 ‘살인’, ‘시신 없는 살인’, ‘살인 사건’ 등의 검색을 한 데 이어 지역 도서관에서는 범죄 관련 소설도 빌려본 사실이 드러났다. 또 방송 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범죄수사 프로그램을 많이 보며 살인에 관심을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거짓말로 일관하던 정씨는 경찰이 관련 증거를 제시하자 31일 “살인을 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거짓말로 버티던 정유정이 경찰이 제시한 관련 증거와 가족의 설득 등으로 인해 심경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5시40분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2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뒤 여행용 가방에 담아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 낙동강 인근 숲속에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이런 범행은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의 신고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이 ‘죽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진술했다”며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