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같은 방 재소자들을 괴롭힌 전 이종격투기 선수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이은주 판사는 2021년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A씨(33)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같은 해 3월 재미로 동료 재소자인 B씨(29)와 C씨(25)에게 수치스러운 행동을 시켰다.
이들은 양손으로 귀를 잡고 엎드린 상태에서 “귀뚤”이라고 소리치고, 흉기로 찌르는 듯이 손을 앞으로 뻗으며 “강도”라고 외쳐야 했다.
B씨 등은 A씨가 시켰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바닥에 엎드린 채 성행위를 하는 듯한 자세도 잡았다.
이들은 “하기 싫다”고 거부했으나, A씨가 때릴 듯 겁을 준 탓에 2개월 넘게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피해 재소자들은 A씨의 명령에 따라 서로 복부를 때리기도 했으며 A씨가 만든 ‘KCC’라는 이름의 운동 클럽에 가입해 강제로 운동했다.
B씨가 “운동을 그만하고 싶다”고 부탁하자 A씨는 “다른 재소자들한테 복부 10대를 맞고 탈퇴하라”고 윽박질렀다.
B씨는 구치소에 있던 2개월간 A씨의 전용 안마사이기도 했다. A씨가 “야. 여기 와서 마사지 좀 해봐”라고 지시하면 20분 동안 A씨 몸 구석구석을 주물렀다.
A씨는 평소 B씨가 아침마다 화장실에 가는 것을 두고서도 “앞으로 화장실 가면 죽여버린다. 급하면 바지에 싸라”고 구박했다.
A씨는 또 툭하면 B씨와 C씨를 불러 “기분 좋게 기절시켜 주겠다”며 다리로 목을 졸랐다.
이들은 “뇌에 피가 안 통할 것 같다”며 거절했지만 소용없었다. 실제로 기절한 피해자들은 격투기 기술인 이른바 ‘초크’를 10차례나 견뎌야 했다.
이후 검찰은 상해와 강요 등의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B씨는 “맞을까 봐 두려워 요구대로 했다” “안마도 하기 싫었지만 맞을까 봐 두려워 요구대로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C씨도 “인천구치소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는 사람이 없어 고립된 상태였다”며 “A씨는 말을 듣지 않으면 다른 재소자에게 때리게 하는 방법으로 괴롭혔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엎드리게 해서 시킨 행동은 장난이었고 서로 때리게 한 적은 없다”며 “안마도 B씨가 스스로 했고, 기절시킨 적은 있지만 피해자들이 원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A씨가 범행할 당시 상황 등을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구치소에 수용돼 반성하며 생활해야 하는데도 다른 재소자들을 상대로 범행했다”면서도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과 피고인이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며 반성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