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쓰러진 기초생활 수급 독거노인에게 온정을 베푼 안경사 이야기가 주목받고 있다.
노인은 죽을 고비에서도 “내가 돈이 없다. 119를 부르지 말아 달라”며 걱정했지만, 안경사는 “안 갚아도 된다. 목숨이 우선”이라며 병원비 20만원을 쥐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반태훈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충현동의 상가 입구에서 어지럼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반씨는 한참 뒤 일어나 걸음을 옮겼지만 다시 주저앉았다. 이후 10여분간 눈을 감고 앉아 있었지만 대부분 시민은 그를 지나쳤다.
그러나 근처 안경점 사장 김모씨는 달랐다. 그는 반씨를 발견하고선 의식을 확인한 뒤 119에 신고했다.
그러자 반씨는 “나는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가 없다”며 난처해 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사는 독거노인이었다.
이 말을 들은 김씨는 다시 가게로 들어가 20만원을 챙긴 뒤 반씨에게 건넸다. 김씨는 “어르신 목숨이 우선입니다. 이 돈 안 갚으셔도 되니 치료 먼저 받으세요”라며 입원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도움 덕분에 반씨는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반씨는 퇴원 뒤 안경점을 찾아 “고마운 분 덕분에 죽을 고비를 넘겨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며 “쓰러졌을 때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달려와 나를 살려준 은인을 만나니 자꾸 눈물이 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씨는 반씨에게 20만원을 주면서 “이 돈 안 갚아도 돼요”라고 사양했다고 한다.
반씨는 JTBC 인터뷰에서 “이렇게 각박한 세상에…(이런 사람이 있나). 자꾸 눈물이 나더라”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