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아기, 굶다 심정지…학대 엄마가 “연명치료 중단”

입력 2023-06-02 05:13 수정 2023-06-02 07:07
지난해 11월 엄마와 단둘이 살던 생후 9개월 된 남자 아기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되고 있다. SBS 보도화면 캡처

생후 9개월 된 아들을 학대하고 방치해 심정지에 이르게 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친모가 최근 아기의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학대 가해자이기도 한 친모 A씨(38)는 최근 교도소 접견실에서 아이의 연명치료 중단 동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된 아기는 현재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연명치료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부모가 아동학대로 처벌을 받아도 자동으로 친권이 상실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아이의 친권은 여전히 엄마가 갖는다. 이에 따라 후견인 임무를 맡고 있는 대전 서구 측은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아기가 입원해 있는 대학병원 측은 “현재 아이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해당하는 상황”이라며 “친권자인 부모의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동의 의사 여부를 확인한 상태”라고 SBS에 밝혔다.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 친모의 동의가 있고,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의학적 소견에 따라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엄마의 학대 이후 의식불명 상태인 아기가 입원해 있는 대학병원. SBS 보도화면 캡처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가해자인 친모로부터 피해 아동은 두 번 죽음을 당한 것과 같은 결과”라며 “친권이 완전히 상실되도록 했어야만 후견인에 의해서 또다른 결정을 할 수 있었을 상황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병원 측은 언론 취재가 시작된 이후 입장을 번복해 치료 중단 철회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친모 A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받았다. 당초 징역 10년을 구형한 검찰은 원심의 형이 가볍다며 항소한 상태다. A씨는 지난해 11월 8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영양결핍 상태에 있던 아들 B군이 숨을 쉬지 못하고 반응이 없는 등 위중한 상황임에도 119 신고 등 조처를 하지 않아 심정지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아들이 생후 4개월 때였던 지난해 6월 분유를 토하자 그로부터 4개월 넘게 분유를 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기가 제대로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온 음료나 뻥튀기 등 간식만 주고 이유식도 충분히 먹이지 않아 3개월 전 9㎏였던 아기의 체중이 7.5㎏로 줄었다. A씨는 아기가 먹던 분유를 중고 거래사이트에 다시 판매했으며, 국가 지정 필수예방접종 주사도 5차례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