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전 개원한 국내 1호 어린이병원인 소화병원이 의사 부족으로 휴일 진료를 중단키로 했다. 서울에서 평일 야간과 휴일에 이용할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사실상 4곳에서 3곳으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전문의가 없어 소아 응급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대형 병원도 늘어나면서 휴일 소아 환자의 진료 상황이 위태로운 수준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용산구 소화병원은 오는 3일부터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진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 한 명이 퇴사를 한 데다, 실내 공사도 겹치면서 6월에는 토요일 오전 진료만 하기로 했다”며 “새로운 의사를 구하지 못하면 휴일 진료를 계속 중단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화병원은 1946년에 소화의원으로 문을 연 국내 첫 어린이병원으로 줄곧 평일뿐 아니라 주말과 공휴일에도 오후 6시까지 오전·오후 진료를 해 왔다. 휴일에 아이가 아프면 갈 곳이 없던 부모들은 그나마 소화병원 앞에 새벽부터 ‘오픈런(진료 시작 전 대기)’을 해서 진료를 받았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소화병원의 휴일 진료 중단이 특정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전문의 한 명이 빠져나가더라도 쉽게 인력을 보충하지 못해 병원 전체가 영향을 받는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학과의사회 회장은 “의사 한 명이 관두면 소아 환자 진료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라며 “조속히 소아 의료 인프라 정상화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의사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은 심화할 것이고 결국 소아 환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회에 따르면 전국 64개 수련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인원은 5년 전 187명에서 올해 33명으로 줄었다. 의료 소송 위험이 크지만, 수가(진료비)가 낮은 점이 주요 기피 원인으로 꼽힌다.
소화병원 휴일 진료 중단은 다른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2014년 도입된 달빛어린이병원은 전국에 38곳 있지만, 광주 울산 세종 전남 경북에는 한 곳도 없다. 병원 수가 적다 보니 달빛어린이병원에 주말 환자가 몰리면서 통상 진료 마감 5~6시간 전에 이미 접수가 끝난다. 기존 운영하는 곳들도 낮은 수가탓에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여서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달빛어린이병원 관계자는 “지정 취소를 고민하는 병원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휴일마다 경증 환자까지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면서 각 응급실이 소아 환자로 북새통을 이루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서울에 소아 응급환자 전담전문의가 상주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3곳뿐이다. 지난해 10월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으로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순천향대 서울병원도 5월부터 야간 시간대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진료를 중단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료계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으며, 보상 방안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만큼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