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는 말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발 경제 위기로 인해 지난해부터 서릿발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달 스타트업 투자액이 올해 들어 2000억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최근 ‘K-콘텐츠’ 업종에 투자 온기가 뜨겁다.
스타트업 투자금액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국내 5월 스타트업 투자 유치액은 1815억원(45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309억원(188건)을 투자받은 것과 비교하면 78.1%나 줄어든 것이다. 지난달보다 상황은 악화했다. 4월 투자금액은 2639억원(9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조2333억원(173건)이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4일 “예전에는 스타트업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했다면, 지금은 얼마나 생존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이제 살아남을 수 있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투자를 받아 연명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혹한기 속에서 특별한 무언가로 승부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있다. 바로 ‘콘텐츠’다. ‘K-콘텐츠’로 불리는 드라마·영화, 웹툰·웹소설, 음원 등을 활용한 스타트업들에 투자는 성행하고 있다. 비욘드뮤직은 음원 IP 전문 투자 및 매니지먼트 기업이다. 31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로 부터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비욘드뮤직은 이승철·이소라·아이유·박효신·태연 등 1990년 이전부터~2010년대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의 유명 음원 IP와 함께 2만7000곡 이상의 음원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 유명 팝가수 존 레전드, 두아 리파 등 아티스트들의 음원 IP를 매입하기도 했다.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 ‘플레이리스트’도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VC) ‘알토스벤처스’와 하나증권 클럽원 WM센터 등으로부터 142억원을 투자받았다. 알토스벤처스는 투자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플레이리스트’가 원천 IP 기획부터 제작·유통까지 가능한 내재화된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히트작 드라마를 만든 크리에이터가 대거 포진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드라마뿐 아니라 음악, 예능 콘텐츠 영역까지 확장하며 안정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K콘텐츠’만 현 상황에서 투자금이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상·공연·음반’분야의 업종에 투입된 투자금은 지난해보다 8.5% 증가했다. 주목받았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와 헬스케어 바이오 분야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2%, 63.3% 투자금이 줄어들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