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위급 재난문자 부실 전파와 '오발령 사태’ 등을 계기로 민방공 경계경보 시스템 개편을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예·경보로 인해 국민 대응 체계가 허술해지는 ‘양치기 소년 효과(cry wolf effect)’를 우려하며 현장의 전문가적 소양 제고, 문자 내용 보완, 일원화된 명령 체계 등을 요구했다.
이동옥 행안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경계경보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대피도 도면까지 문자에 포함해달란 요구도 있는데 데이터 용량 등 기술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계경보에 육하원칙에 입각한 정보를 포함하고, 대피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식 강원대 교수는 “이번 경계경보 문자는 최소한의 내용을 담은 매뉴얼대로만 작동했다”며 “매뉴얼에 1000개가 넘는 문안을 다 넣을 수는 없다. 공무원이 재량껏 세부 내용을 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소한 지하철, 지하실 등으로 가라는 식의 설명은 있어야 했다”며 “훈련되지 않은 공무원들이 매뉴얼만 따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경보는 엄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사한 상황에서도 대비 안 하는 양치기 소년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신속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가 경보 발령 후 문자 발송까지 9분이 걸렸다고 하는데 보고 체계 하에서 9분은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실제에선 상황이 벌어지고도 남을 시간”이라며 “신속 대응을 위해선 일원화된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대피경로, 대피소 위치는 계도와 홍보, 일상적 교육으로 커버해야 한다”며 “다만 대피 장소까진 아니어도 안전할만한 공간 등 기본적인 정보는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가 내린 조치가 오경보라고 하는 순간 다음 경보 발령 시 오경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행안부에서 시민 혼란을 우려했다면 톤을 다운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미사일 발사체라는 원인 정보를 제공해 시민들이 상황 인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했다고 조언했다.
국가위기관리학회 부회장인 문현철 호남대 교수는 “북한 발사체가 남쪽으로 날아갈 때 인구가 밀집한 서울, 경기, 인천이 새벽이라는 이유로 주민 보호를 위한 민방위 시스템 경보를 안 울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엉성하고 혼선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 조치는 70점 정도는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리 북한의 발사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행안부와 지자체가 민방위 시스템을 어떻게 가동할 것인지 논의하지 않고 혼선이 빚어진 게 아쉽다”며 “민방위 시스템이 재난관리 시스템을 빌려 쓰다 보니 내용 등이 부족할 수 있다. 정밀하게 따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